<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기사 일람

 

비밀리에 촬영된 정치학습 현장. 당 간부가 참가자에게 메모시키며 김정은에 충성을 요구하는 강연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드문이 있어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2013년 8월 북부지역에서 민들레 촬영)

비밀리에 촬영된 정치학습 현장. 당 간부가 참가자에게 메모시키며 김정은에 충성을 요구하는 강연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드문이 있어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2013년 8월 북부지역에서 민들레 촬영)

 

정치학습은 기본적으로 토요일에 진행되는 것으로 하여 ‘토요학습’이라고도 불린다. 생활총화 뒤 오후 2시쯤에 시작하여 5시~6시경까지 진행된다. 학습 내용은 김일성, 김정일이 썼다는 각종 서적과 문헌, 그들의 ‘말씀’, 당국이 내세운 정치 슬로건의 취지, 국내외의 정치경제 정세 등이 기본을 이룬다. 여기에서도 기본은 최고 지도자의 우상화, 신격화가 기본인데 국제 정세에 대해서는 자국에 유리하게 왜곡된 부분이 많다.

정치 학습에서 문제였던 것은 내용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강사의 이야기를 끝까지 제대로 듣는 사람은 없다. 들으면 들을수록 졸음이 몰려들어 졸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졸음도 기회를 보며 졸아야지 나중에 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정치학습 실태를 문제시한 당국이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정치학습 태도를 체크하기 위해 당 지도원과 담당자를 배치한 것이다. 그들은 회의장 맨 뒤끝에 앉아 졸고 있거나 잡담 등 학습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름을 체크해 직장 당 위원회에 보고한다. 체크가 쌓이게 되면 ‘사상투쟁’의 표적이 돼버리는 것이다.

‘사상투쟁’이라는 연극

‘사상투쟁’이라는 것은 잘못을 범한 사람을 집단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는 회의로 해당 조직(직장)의 모든 인원이 참가한다. 본인의 직장인 경우 500명 안팎의 직원이 한명을 둘러싸고 비판하는 형태다. 진행 시간은 과오의 엄중성이나 본인의 반성 태도에 따라 몇시간에 해결되는 경우도 있고 며칠을 넘기며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 목적은 집단으로 강력한 비판을 함으로써 그 사람이 범한 잘못의 근본적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정치 사상적으로 건전한(즉 최고 지도자와 그의 정치를 진심으로 숭배하는) 인간으로 다시 태여나게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사상투쟁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투쟁을 받고난 대부분의 사람은 이 투쟁의 목적과 다른 사람으로 개조되는데 다시는 이 터무니 없는 투쟁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잘못을 은페하는 ‘달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애초 사상투쟁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도 ‘연극’에 불과하다. 회의에서는 먼저 잘못을 범한 사람이 연단에 올라 잘못을 저지르게된 원인을 밝히고 다시는 결함을 범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 반성 토론이 끝나면 회의장 여기저기서 동료가 일어나 상대의 결점과 잘못의 재발 방지책을 나름대로 비판 토론을 벌린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전에 상급 조직에서 ‘비판 준비를 해놓도록’ 지시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비판하는 순서까지 정해져 있는데 무심코 자신의 순서가 지나가 버리면 욕벌이 대상이 된다.

사상투쟁의 대상이 된 사람은 잘못을 반성할 때 또는 동료의 비판을 받을 때는 조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고개는 숙이고 억양은 부드럽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뻣뻣한 태도를 보인다면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대중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으로 간주돼 더욱 논란을 빚게 된다.

사상투쟁회의에는 종료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시간이 짧거나 길어지는 것은 본인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 장시간 선채로 수없이 비판을 받게되면 피로와 함께 이 어처구니 없는 투쟁 대상이 된 억울함으로 눈물을 흘리며 휘청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단상에 앉은 당 비서나 간부들이 이 모습을 보며 ‘이제 충분히 반성했을 것’이라고 판단해 회의를 종료한다.

이런 흐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상투쟁 대상이 되면 거짓 눈물을 흘리거나 휘청거리는 듯한 거짓 행동으로 회의 종료를 앞당기지만 이런 요령이 없이 사상투쟁이 지속되게한 토론자는 회의후 동료들로부터 ‘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했다’고 비난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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