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자른 나무를 땔감으로 도시에 운반하는 농촌 여성들. 2005년 4월(아시아프레스)

 

노동당 대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5월 중순,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A씨로부터 한숨 섞인 전화 연락이 왔다.(이시마루 지로)

"김정은이 산림조성을 위해 10년 동안 전쟁을 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산에 있는 모든 밭을 몰수하고 나무를 심고 있다"는 것이다.

북중 국경지역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북한의 산에는 대부분 나무가 없다. 산의 급경사 면에도 밭이 만들어져 있어 먼 곳에서 보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뙈기밭이 한눈에 보인다.
<북한사진보고> 산속의 몰래 일군 밭에서 일하는 빈곤층 ‘소처럼 밭 갈고 있어’

1990년대 들어 식량 배급이 마비되자 곤궁한 사람들이 인근의 산림을 일방적으로 채벌하여 화전을 일구기 시작했다. 연료인 석탄 공급마저 끊기자, 취사와 난방용 땔감을 얻기 위해서도 나무가 잘렸다.

김정일 정권은 채벌과 화전에 대해 자주 단속을 지시했다. 하지만 아사자가 나오고 있는 형국에서, 곤궁한 사람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나무보다 밥이 먼저'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불법 '화전농사'는 농민과 도시 빈민의 중요한 칼로리원, 수입원이었고 관리들은 뇌물을 받고 불법농사를 눈감아줬다. 마치 토지의 사용료를 내고 산에서 개인농을 하고 있는 '제도화'가 진행된 것이었다.
참고기사: [특별연재] 곡창지대 황해도의 식량위기는 왜?(4) 농업 부진의 구조

매년 4월이 되면 북한의 산에는 불을 놓여진다. 잡초를 태우고 재를 비료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밤이 되면 산을 태우는 불길로 산등선이 붉은 색으로 물든다. 중국 측에서 보는 그 광경은 무서우면서도 아름다웠다. 이 인위적인 산불은 위성사진에도 포착되어 '대규모 산불 발생' 뉴스는 4월 북한의 연례 뉴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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