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생활풍조를 류포시키는 적들의 책동을 철저히 짓부실데 대하여'라고 명명된 내부 문서. 2005년 발행의 당원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학습용 교재다.(아시아프레스)

'이색적인 생활풍조를 류포시키는 적들의 책동을 철저히 짓부실데 대하여'라고 명명된 내부 문서. 2005년 발행의 당원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학습용 교재다.(아시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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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정보 통제에 바람 구멍

북한 국민은 당국이 검열을 거친 것 외의 외국 TV, 라디오 방송이나 신문, 서적, 영상에 접할 기회를 철저히 박탈당해 왔다. 중국 길림성에서 발행되는 조선어 신문이나 책도 북한에 가져 갈 수 없어 입국 심사에서 몰수된다.

TV나 라디오는 북한 방송만 시청 가능하도록 채널이 고정되고, 북한을 찾는 외국인과의 접촉도 엄격히 통제된다. 외부정보의 유입이 체제 유지에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 정보 통제의 벽이 시장화의 진전에 의해 구멍이 생겼다. 외부 정보 그 자체가 상품으로, 매매 대상이 되어 비합법적으로 유통, 보급되고 있는 것이다. 2004년경부터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대량으로 유입되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삼엄한 정보 통제를 뚫고 한국영상이 어떻게 북한에 유입되는지 보기로 한다.

한국의 주요 지상파 방송은 위성에서도 동시 방영되고 있어 파라볼라 안테나와 튜너만 있으면 중국 동북부와 일본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물론 시청 금지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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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는 중국 조선족 사이에서도 인기 있기 때문에 위성에서 방송된 뒤 며칠 후에는 불법 복사되어 시장에 나온다. 최초에는 저화질의 비디오CD, 최근에는 DVD로 유통하고 있다. 이 한국 드라마의 해적판이 다시 대량 복사되어 북중 국경의 강인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밀수입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 VCD(혹은DVD)를 파는 노숙자 아이들. 2013년 3월 평안남도 신의주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 VCD(혹은DVD)를 파는 노숙자 아이들. 2013년 3월 평안남도 신의주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서며 영상기기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해 값싼 중국산 비디오CD, DVD재생기가 보급되었다. 북한 당국도 이 영상기기 자체를 엄격히 규제하지 않았다. 자국 영화나 프로파간다의 영상을 국민에게 보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컨텐츠로서 암시장에서 잘 팔렸다. 벌이가 되니 상인들은 신작을 부지런히 밀수, 복제해 북한 내에 유통시켰다. 물론 북한의 경찰 당국은 '불순녹화물 박멸' 캠페인을 계속하면서 단속을 강화했으나 박멸하지는 못했다. 결국 북한 내부 주민의 호기심에 기인한 '외부정보의 시장'이 생겨나고 정권이 가장 경계하는 주적, 한국의 영상이 대량 유통되는 사태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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