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심부에 건설 중인 2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각 층을 수작업으로 쌓는 북한 특유의 '블록 공법'으로 지어지고 있다. 각 층의 창틀 위치가 제각각이다. 2011년 8월 평양시 대동강 구역에서 촬영 구광호(아시아프레스)

 

<평양에서 볼 수 있는 것, 보지 못하는 것> 기사일람

지금은 평양의 고층 아파트가 외국 언론에 안내되는 단골이 됐다. 2016년 5월에 개최된 제7차 노동당 대회 취재로 방북이 허용된 외신들은 대동강변에 건설된 '미래 과학자 거리'에 끌려갔다. 즐비하게 늘어선 파스텔 컬러의 아파트를 보고 '롯본기힐스 같다'(도쿄의 대표적 초고층 복합 건물)라고 감탄의 목소리를 높인 기자 리포트도 있었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계략'이 성공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고층 아파트는 '혁명의 수도 평양'을 현대도시로 연출, 선전하는 도구로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실제로 살면 불편이 너무 많다고 한다.

"7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는 일단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지금 평양은 전력난이 매우 심각하다. 평양에서도 고급 간부용 아파트 외에는 엘리베이터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평양 거주의 취재협력자 구광호 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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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에서 온 탈북자이지만, 평양 아파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리상봉 씨는 다음과 같이 경험담을 말했다.
"광복거리에 있는 보위부(비밀경찰. 현재는 보위성) 아파트에 오래 기식(寄食)한 적이 있는데, 그 집은 42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다. 오르내리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고층에 사는 노인은 외출도 할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물. 전력난으로 펌프가 움직이지 않아 수도가 나오지 않는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도르래를 써 바케쓰의 물을 창문까지 끌어올리거나 '교차급수'라고 시간마다 수도를 사용하는 층을 교체하기도 한다. 아파트 가에는 아침마다 리어카에 물통을 실은 물 장사꾼이 찾아온다. 대소변 처리도 힘들다. 화장실에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비닐 주머니에 넣어 외출할 때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귀찮으니 야간에 창문에서 버리는 고얀 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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