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곤궁의 개선 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옥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들. 옥수수 사이에 콩을 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2010년 6월 평안남도. 촬영 : 김동철 (아시아프레스)

생산자인 협동농장원들이 빈곤에 시달린다는 정보가 북한 내 곳곳에서 전해오고 있다.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초여름부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농장 상황을 조사했다. 농민들이 굶주림 때문에 밭을 가꾸지 않아 농장의 밭이 잡초로 뒤덮이고 아사자까지 발생하는 농장도 있다고 한다. 북한 내부 복수의 취재협력자 보고를 전한다. (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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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함경북도 회령 인근 지역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 A 씨는 지역 농촌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7월 초 회령 〇〇 농장에서 딸 하나와 부부가 먹을게 없어 풀을 뜯어 죽을 쑤어 먹었는데 죽었다. 아마 독풀이 들어갔거나 자살했는지 모르겠는데 출근하지 않아 가보니 모두 죽어있었다고 한다. 농장원들이 허약해 출근하지 않아 농장 밭이 잡초 투성이다"

7월 말 함경북도에 사는 다른 취재협력자 B 씨도 악화된 지역 농촌 사정에 대해 전했다.

"최근 ●●리 쪽에서 아들 딸이 군대, 시집가고 혼자 사는 50대 여성이 분조장에게 강냉이(옥수수)를 빌려다 밥까지 해놓았는데 죽은 채 발견됐다. 6월부터 분조장에게 빌어먹었다는데 죽은 후에 집을 조사하니 해놓은 강냉이 쌀밥 이외는 먹을 게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 쌀을 꾸어준 분조장은 검열 받고 난리다. 동네 사람들은 '먹을게 없어 일 못 나온지 며칠 된 거 봐서는 굶어 죽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농장의 간부가 출근을 명령해도, '먹을 것도 없는데 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발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북부 양강도의 농촌에 살고 본인은 장사를 하고 있는 여성 취재협력자는 '농장의 과부, 노인, 환자가 있는 세대에서는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고 농촌의 곤궁함을 전해왔다.

농촌의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식량을 꾸어주고 가을에 높은 이자를 받는 '고리대'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전술한 취재협력자 B 씨는 지역 농촌의 '고리대' 실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지금 강냉이 한 키로 빌려먹고 가을에 백미 한 키로 갚아주는데 그것도 꾸어먹지 못한다. 그만큼 식량사정이 많이 힘들다. 시내에 돈 있는 장사꾼들은 장마당에서 강냉이 톤으로 사서 농장 분조나 작업반에 식량을 빌려주고 가을에 쌀로 받아 '고리대'를 하고 있다. 보통 농장 간부를 끼고 하는데 간부에게는 가을에 톤당 250키로의 쌀로 뇌물을 준다. 이렇게 농장 간부들 자체가 장사꾼들을 끼고 고리대를 하니 농장원들이 빚이 많다.

어째서 생산자인 농장원이 굶주리게 되는 것일까? 다름 아닌 착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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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3년 분조관리제를 도입하면서 기준량의 초과 부분은 농민의 자유 처분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비료 등 영농자재의 부담이 늘고 옷과 비누 등의 생필품 구입을 위해 분배 받은 식량을 시장에 팔 수밖에 없어 가을 수확 전에 절량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가가 정한 생산 기준량 자체가 높아 계획분을 바치고 나면 농민들에게 남는 식량이 극히 적다는 것이 기본적인 문제다. 또한 농민의 생산의욕을 높이는 조치라고 하지만, 분조제 도입 이후 현재까지도 군량미, 수도미(평양시민의 배급용식량)를 비롯한 각종 명목의 공출, 수탈이 지속되고 있어 식량 생산자인 농민들은 여전히 빈궁에 시달리고 있고 아사자도 발생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에서는 2011년의 홍수로 대폭의 수확량 감소라는 피해를 입었지만, 그럼에도 정권은 통상의 할당량을 농민에게 부과해 강제로 곡물을 공출했기 때문에 다음해인 2012년 초봄부터 생산자인 농민이 대량으로 아사한 비극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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