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돼지를 사서 냉동 보존, 몰래 판매

함경남도, 함경북도 지역에도 돼지열병이 퍼져 많은 돼지가 죽고 있다. 김책, 길주, 함흥 지역의 상황을 취재협력자가 조사했다.

김책시 주변의 협동농장에서는, 돼지를 사육하는 부업반에서 키운 돼지 8마리가 모두 죽었다. 하지만 고기는 몰래 팔렸다고 한다.

길주군 청암리에 있는 농장에서는 20마리의 돼지를 사육했었는데 최근 한 달 동안 12마리가 잇따라 죽어서 남은 8마리를 서둘러 도살, 판매했다. 주위에서도 속속 돼지가 죽어가자 이 지역의 돼지고기 가격이 한때 생체 1kg에 7중국원(약 1170원)까지 떨어졌다. 서둘러 팔았기 때문인지 그 후에는 오히려 돼지고기가 품귀되어 현재는 생체 1kg에 14중국원(약 2300원), 정육은 20중국원(약 3350원)으로 급등했다고 한다.

함흥시에서도 시내와 교외에서 돼지열병이 확산되어 개인이 사육하는 돼지가 잇따라 죽었다. 하지만 방역소를 비롯한 국가 기관은 전혀 조사와 방제작업을 하지 않고 방치한 채라고 한다. 돼지가 죽으면 당국이 전염병을 이유로 몰수해버리기 때문에, 사육하는 주민들은 몰래 도살한 뒤 신고도 하지 않은 채 판매한다. 평양에서도 죽은 돼지는 방역소에 30달러만 지불하면 허가증을 받고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함흥에서는 냉동고를 가진 개인과 신흥부유층인 돈주들이, 죽은 돼지의 고기를 싸게 사들여 냉동 보존했다가 몰래 팔고 있다. 하지만 그 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곳도 경찰과 방역소가 도로에서 유통을 단속할 뿐이라서 돈을 건네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검문에서 돼지가 적발돼도 어디의 돼지인지, 왜 죽었는지조차 묻지 않는 지경이라고 한다.

함흥을 조사한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민들은 아직 돼지열병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옮지 않고 피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키우던 돼지가 혹시 죽으면 잡아서 먹거나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금 지식이 있는 사람은 돼지를 격리하고 키우지만, 방역이라고 해도 바닥에 목재를 까는 정도다. 그 중에는 돼지가 많이 죽으면 새끼 돼지라도 금값이 된다고, 열심히 가두어 키우는 집도 있다"

돼지열병 확산에 의해 북한 전역에서 돼지가 얼마나 죽었는지는 북한 당국도 공표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다. 9월 24일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은 "북한 전역에서 돼지열병이 퍼져, 평안북도는 전멸 상태"라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