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북한 시장경제의 확대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가(2) 암시장과 농민시장의 결합 ~내부영상 자료로 고찰한다~ 이시마루 지로

농민시장과 암시장이 혼연일체가 되어 대증식. 공업제품도 당연하게 팔리게 됐다. 1998년 10월 강원도 원산시에서 안철 촬영(아시아프레스)

농민시장과 암시장이 혼연일체가 되어 대증식. 공업제품도 당연하게 팔리게 됐다. 1998년 10월 강원도 원산시에서 안철 촬영(아시아프레스)

 

북한 시장경제의 확대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가(1) >>

시장의 확대는 어떻게 초래된 것인가?

 2-1.암시장 경제와 농민시장의 결합

사회주의를 표방해 온 북한에서는 식량과 농산물 이외의 소비물자는 국영 공장에서 생산했고, 최종 소비자에게 물자를 공급 및 판매하는 것은 일부 협동조합 상점을 제외한 국영 상점이었다. 이 사이의 유통은 국영기업인 ‘상업관리소’가 담당해 왔다.

지방 행정기관인 인민위원회 산하 상업관리과가 운영하는 국영 상점에서는 의류품에서부터 비누, 담배, 식기, 음료, 술, 야채, 생선 등의 반찬까지 주식인 곡물 이외의 물자를 국정가격으로 판매했다. 국영 상점에서 물자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된장, 간장, 맥주 등의 식료품인 경우 ‘식료품 공급표’가 그 외의 일반 물자인 경우 ‘상품공급표’가 필요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국영 상점에 가면 사탕도 비누도 생선도 살 수 있었지만, 점차 줄어들어 1980년대에 들어서는 국영상점에 물건이 거의 나오지 않고 가끔 부식이 판매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사려고 사람 위에 사람이 타고 싸우는 형국이 됐다”고 나이 든 탈북자들은 공통적으로 증언한다.
관련기사: <북한내부영상> 상품을 팔지 않는 북한 최고 백화점…선전용 상품 전시장

쌀이나 옥수수 등의 주식은 협동농장에서 생산되어 정식으로는 ‘양정사업소’로 불리는 배급소에서 15일에 한 번 씩 국정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노동자도 학생도 아이도 직장이 없는 주부도 은퇴한 노인들도 하루 정량에 해당한 식량공급 그램 수가 정해졌다. 개인이 식량을 팔고 사는 것은 범죄로 규정돼 엄하게 금지됐다. 국가가 식량을 독점 관리하는 이 배급제도는 ‘양정(糧政)’이라고 불렸다.

식량 배급의 질적, 양적 악화와 일용품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점차 암거래 장사와 농민시장이 활발해졌다. 암시장에서 다루는 것은 일본에서 귀국사업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의 소지품이나 일본에서 보내 온 물품. 마찬가지로 소련 지역에서 귀국하는 사람의 소지품, 그리고 고급 간부들에게 특별 배급된 물품 등 다양했다. 그러나 공간으로서의 암시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암거래는 개인이 행상을 하거나 집으로 손님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한편 도시에서는 농민시장으로 불리는 소규모의 합법적인 시장이 있었다. 1이 붙은 날, 5가 붙는 날 등에 열리는 정기시장이 시작돼 협동농장 농민들이 자가 소비용으로 마당 등의 자류지(自留地)에서 만든 야채나 달걀 등에 한정해 매매가 허용되었다. 식량의 판매는 엄금되어 있어 거래는 몰래 이루어졌다.
관련기사: <림진강> 북한의 시장경제 (15)

배급제의 파탄으로 유일한 물류거점이 된 암시장에 인파가 몰렸다. 상행위는 불법이었지만,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 가장 앞쪽에는 콩나물을 파는 여성들. 1998년 10월 강원도 원산시에서 촬영 안철(아시아프레스)

배급제의 파탄으로 유일한 물류거점이 된 암시장에 인파가 몰렸다. 상행위는 불법이었지만,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 가장 앞쪽에는 콩나물을 파는 여성들. 1998년 10월 강원도 원산시에서 촬영 안철(아시아프레스)

 

보잘것없던 농민시장은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기’의 혼란 속에서 지하에 숨어있던 암시장과 혼연일체가 되어 공공연하게 됐다. 전국의 크고 작은 도시에 공간으로서의 암시장=장마당이 등장하고 금지품인 곡물을 포함해 온갖 물건이 팔리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북한내부영상> 컬러TV에서 휘발유까지…판매금지품목 암거래 도매상 성황

암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매매되는 것은 일용소비품만이 아니었다. 각지의 공장도 국가의 생산 계획에 따라 공급되는 자재나 연료, 기계 부품 등을 받지 못하게 되자 암시장에서 조달하거나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대학교원에서 큰 국영공장의 기술자를 역임한 탈북자 한정식은 2004년 필자에게 이렇게 증언했다.

“근무처인 국영기업의 공장에서는 필요한 모터, 전기선, 유리에서 못까지 국가에서 하나도 공급되는 것이 없어졌다. 모두 암시장에 가서 구입하는 것이다. 현지에 없으면 다른 도시의 암시장에 간다. 그러면 가격과 질을 비교하게 된다. 즉 암시장끼리 유통이 촉진되어 북한 전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결합했다”

다음 페이지: 당국의 대응은시장의 추인(追認)…

페이지:

1

2

関連記事

  1. <북한사진보고> 군인은 고달프다7 김정은도 알고 있는 인민…
  2. (참고사진) 수확 후 밭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늙은 여성. 북한에서는 가을이 되면 흔히 볼 수있는 광경이다. 2012년 11월 평안북도 신의주시 교외. 평안북도 거주의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 촬영(아시아 프레스) 생활악화로 김정은에 대한 평가 저하 (이시마루 지로)
  3. 핵실험 한편으로 대일 자세 완화의 움직임……
  4.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락원역. 역 입구의 헌병들이 ‘행사’ 때문이라며 허름한 옷차림이나 큰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구내 입장을 막고 있다. <북한내부영상> 깨끗한 평양 연출의 비밀① 옷차림과 짐 때…
  5. <북한사진보고> 외국인이 절대 만날 수 없는 뒷골목의 아름…
  6. 농촌에 동원되어 김매기를 하는 여성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모내기, 김매기, 가을걷이에 동원된다. 2013년 6월. 촬영 팀 ‘민들레’ (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 농촌에 동원된 학생의 식사 제공을 두고 농장과…
  7. <북한사진보고> 굶주리는 인민군…아들을 입대시킨…
  8. <수해 현지보고> 식량가격 폭등, 수해지원 인원의 범죄에 …

Pickup기사

<북한사진보고> 인민군 규율 황폐, 김정은 ‘무법천지’라고 격노…탈주, 강도, 한류 드라마 시청까지 기밀문서 유출 ‘김정남은 선량한 사람’ 캐릭터는 미디어가 만든 허상, 국내에서는 ‘방탕하다’ 반발…’깡패’라는 악평도 시장 경제의 확대는 어떤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가(1) ~내부영상 자료로 고찰한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내부> 삼엄한 북・중 국경, 북한 내부 ‘동료’에게서 메시지 연락 <북한내부> 노동단련대 여전히 성피해와 사망자 발생…간부가 수감자 파견해 돈벌이도 <북한내부>김원홍 보위상 해임을 서민의 대부분은 몰라…관심은 보위원의 부패 문제 <김정은 시대의 중학교 교과서 자료집> 판매중!
김정은 시대의 중학교 교과서 자료집DVD

연재기사 ・특집

  1. 중국산 쌀을 파는 여성들이 면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쌀 자루에는 '아키다 코마치'라는 일본 브랜드가 보인다. 2013년 10월 북부 국경 도시(아시아프레스)
  2. 농촌동원의 작업 중간에 열린 정치 학습의 모습. ‘김정은 동지와 생사 운명을 함께 하는 진정한 동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여성 간부가 빠른 말투로 자료를 억양없이 내려 읽는다. (2013년 6월 북부지역에서. 민들레 촬영)
  3. 런던 올림픽에서 귀국한 선수들이 환영을 받고 있다. (2012년 8월 '우리민족끼리' HP에서)
  4. 경성(당시 서울)에 있던 명문 조선권투클럽의 선수들이 한강에서 야유회를 했을 때의 기념사진.
  5. 북한 무역상과의 스카이프 채팅 화면. 2014년 1월 아시아프레스
  6. 김정은에 의해 조직됐다는 모란봉 악단의 공연. 미니스커트의 여성도 등장했다
PAG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