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는 북한 주민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측에서 촬영 아시아 프레스

◆ 한국 드라마 근절 명령한 김정은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와 동요를 교훈 삼아 남한 드라마 유입에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북한 정권이다.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 여성은 최근의 사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

「갑자기 단속요원이 집에 들이닥쳐 TV나 컴퓨터, USB 내용을 뒤지는 일은 다반사다. 체포된 사람을 광장으로 끌어내 규탄하기도 한다. 영상을 복사, 판매한 사람은 징역형에 처해진다. 무서워서 요즘은 한국 드라마만은 피하려고 한다.」

6월 말에 나온 조선노동당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가정주부들이 남한 등의 드라마와 노래를 몰래 시청한다든지 팔아서 돈을 벌고 있다고 비난하고, 더욱이 「자식 이름을 한국식으로 짓거나 남한 말투를 흉내 내는 등 괴뢰문화에 물드는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김정은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드라마를 근절하라고 명령했다. 한국 그라마가 북한 사람들의 가치관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정은 정권이 한국 정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2018년 한국과의 대화가 시작될 때부터였다. 남북 유화 분위기가 북한 내에도 확산되면서 민심이 남한으로 쏠리는 것을 막으려고 선수를 쳤을 것이다.

김 정권은 한국 드라마를 눈엣가시로 삼고 있지만 그래도 유입과 확산은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 내로 들어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언젠가 북한 사람들의 평가를 꼭 들어보고 싶다. (이시마루 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