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짐받이에 돼지를 실어 나르는 주민. 2010년 6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김동철 (아시아프레스)

한국에서는 9월 후반부터 잇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돼지열병) 감염이 확인돼 비상사태다. 특히 북서부인 경기도 파주시 등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연이어 발견된 것으로 볼 때 북한 쪽에서의 바이러스 전파는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군은 4일, 비무장지대에서 멧돼지를 발견하는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돼지열병 대책이 있을까? 북한 국내에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너무나도 허술한 실태가 드러났다.

북한에서는 5월 중순 돼지열병 감염이 확인되어 UN기관에 보고했다. 이어서 돼지고기의 판매, 식용을 금하는 통지를 내려 방역 당국과 보안서(경찰)가 시장에서의 판매를 단속했다.

그러나 몰수・매설 처분을 받으면 사육 및 판매하는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집에서 몰래 팔기도 했다. 돼지고기 가격도 1kg에 15중국원(약 2500원)이었으나, 일시 12중국원(약 2000원) 정도로 떨어졌다.

◆ 감염사하는 돼지 급증

아시아프레스에서는 9월 후반부터 돼지열병 확산과 방역 상황에 대해 북한 국내 취재협력자와 각지에서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국의 방역과 통제는 기능을 거의 상실했으며 감염이 확대되어 감염사하는 돼지가 급증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돼지가 주민의 귀중한 현금수입원이라서 폐기와 살처분을 피해 암암리에 유통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단속해야 하는 보안원 등 당국자가 뇌물을 받고 눈감아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정난을 겪는 당국이 소독약제 살포와 돼지의 격리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협력자에 의하면, 협동농장에서 대규모 양돈을 하는 곳은 그다지 없으며 당국은 돼지열병 방역과 제어를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돼지에게 주는 먹이는 사료가 아니라 주로 풀에 인분을 섞은 것으로, 파리와 새가 모여들기 때문에 돼지열병 바이러스 확산에 무방비 상태다.

양강도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단속한다고 해도 경찰과 방역소가 시장 입구 부근이나 교차로 등에서 자전거와 리어카의 짐을 검사하는 정도다. 하지만 뇌물을 주면 쉽게 통과시켜 준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40kg를 갖고 있다면, 고기 5kg나 100중국원을 주면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