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농촌에서 소는 중요한 노동력이다. 노후화되고 연료마저 부족한 농기계를 대신한다. (2008년 10월 황해남도 해주교외에서. 심의천 촬영)

(참고사진)농촌에서 소는 중요한 노동력이다. 노후화되고 연료마저 부족한 농기계를 대신한다. (2008년 10월 황해남도 해주교외에서. 심의천 촬영)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만 해도 어제는 6세대에서, 오늘은 5세대에서 사망자가 나온다는 식으로 매일 사람들이 쓰러져 나갔습니다. 굶어서 가족이 모두 죽은 집도 있고, 절망해서 온 식구가 함께 자살한 집도 있습니다.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것은 4월과 5월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중국 랴오닝성의 어느 허름한 다방에서 만난 황해남도 XX군의 농촌간부 림씨는 무거운 입을 열었다.

4월이라면 북한에서는 '고 김일성주석 탄생 100주년'을 성대하게 축하하던 시기이다. 이 행사에 맞춰 평양 시내에는 수많은 고층 빌딩과 대형오락시설들이 건설됐으며, 동시에 김정은씨의 '지도자 데뷔' 프로그램이 야심차게 준비되어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언론사들을 포함해 해외에서 많은 손님들을 초대했고, 평양의 밤을 장식하는 화려한 불꽃축제도 거행되었다. 국민에게도 축하의 뜻을 담은 '특별배급'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림씨가 사는 농촌에서는 어땠는가? "복잡했습니다. 국가적인 경축일인 것이 맞는 거겠지만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 슬픔이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특별배급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다고 모두 들떠 있었는데 실제로는 설탕 500그램에 고구마 한 접시, 빨래비누 하나, 칫솔 하나 등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이라 축하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림씨는 이렇게 말한 다음 눈을 질끈 감았다.

(참고사진) 황해북도 사리원 교외의 농촌의 모습. 수리도 못한 채 놓여진 집을 한 아이가 지키고 있었다. (2007년 10월. 리준 촬영)

(참고사진) 황해북도 사리원 교외의 농촌의 모습. 수리도 못한 채 놓여진 집을 한 아이가 지키고 있었다. (2007년 10월. 리준 촬영)

 

◆병원에 속속 실려오는 시체들
7월에 황해도 현지를 방문취재한 아시아프레스의 북한내부 기자 구광호씨는 농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황해남도 바닷가의 어떤 농촌 일대에서는 풀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해마다 이 시기에는 쑥, 냉이, 미나리 등이 많아야 하는데...현지 주민에게 물어보니까 먹을 게 없어서 풀이 나는 대로 다 먹어버렸다는 거에요. 당시 농촌 인구의 80%는 하루에 한끼 이상을 굶고 사는 것처럼 보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4월에서 5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이야기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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