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제조와 판매의 계기는 외화벌이
북한에서 마약생산이 확산된 이유는, 경제부진에 의한 외화부족이 라고 생각된다. 80년대, 김정일 비서(당시)의 주도로 '백도라지 운동'이 시작됐다. 여기서 말하는 도라지는 '양귀비'의 은어다. 양귀비에서 아편을 생산, 밀수출하는 것으로 외화를 벌자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이 '백도라지 운동'에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많은 협동농장에는 양귀비를 재배하는 전문 작업반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제조된 아편은 군대와 보위부(정보기관), 안전부(경찰. 보안부의 예전 호칭), 노동당 등의 기관 산하에 있는 무역회사나 외교관을 통해 해외로 팔려 나갔다. 그들에게는 외화벌이의 할당량이 부과돼 있었지만, 북한에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따로 수출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약 밀수는 외화벌이에 빠트릴 수 없는 품목이 되어 왔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편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아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북한 국내 마약 소비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사정을 잘 아는 재일탈북자 이상봉 씨는 "80년대 후반에는 이미 무역회사나 마약제조공장의 간부들이 아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외교관들이 '헤로인'에 가공된 아편을, 외교특권을 사용해 유럽에 팔아 넘기려다 체포되는 사건이 빈번해지자 국가에 의한 마약 제조 판매 시스템인 '백도라지 운동'은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게 되었고 90년대 후반에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아편을 대신해 등장한 것이 각성제, 다름아닌 '얼음'이다. 역시 제조와 밀매에는 외화를 벌기 위한 북한 정부의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넓은 밭에서 경작해야 하는 아편과 달리, 각성제는 원료만 있으면 화학자들이 쉽게 제조할 수 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흥남제약공장'과 '흥남비료공장', 평안남도 평성시의 '과학자연구협회' 등에서 각성제를 만들고 있지만,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라고 이상봉 씨는 말한다.

이러한 '비밀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각성제가, 점차 국내에 돌기 시작한 것이다. 구광호 기자는 그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얼음을 화학적으로 정제하는 방법은 원래 국가 기밀로서, 함흥 공장의 극소수 화학자 밖에 몰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팔면 돈이 된다'고 생각한 화학자들은, 개인적으로 몰래 제조해 부정유출 하기 시작했습니다. 함흥에서만 만들고 있던 것이 순천, 평성, 그리고 조중국경지역에도 퍼져 갔습니다. 지금은 기관의 비밀공장 뿐만 아니라, 개인이 외딴 곳에 있는 건물 등에서 제조해 팔고 있다고도 합니다"

현재 각성제가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은 평양, 청진 등의 대도시와 혜산, 회령, 신의주 등의 조중국경에 위치한 도시라고 한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는 각성제 시장이 크고, 해외와 왕래하는 무역회사가 있다. 또한 국경도시는 예전부터 중국과의 밀수 거점이 돼 왔다. (이하 계속) (이진수)

생활에 뿌리박은 각성제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