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황해북도 한 농가의 현관 앞. 벽을 보수하지 않아 크게 훼손돼 있다. 창문에는 비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쳐져 있다. 2007년 10월 리준 촬영

(참고사진)황해북도 한 농가의 현관 앞. 벽을 보수하지 않아 크게 훼손돼 있다. 창문에는 비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쳐져 있다. 2007년 10월 리준 촬영

 

◇방법이 없는 농민들
걱정되는 것은 이제부터다. 황해도의 주민들은 올해 수확이 작년보다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림 씨는 농촌의 간부이기 때문일까, 침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수해가 있었던 작년보다도 수확이 나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도 솔직히 어떻게 먹고 살지 모를 정도입니다. 내가 8월에 중국에 오기 직전까지 농촌에서는 간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습니다만,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만이 밥줄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구 기자도 "여기저기에서 작황에 대해 물었지만, 작년보다 올해가 나을 것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연재에서 거듭 언급했던 대로, 올해 황해도에서 일어난 기근의 원인은 장기간에 걸친 수확감소에 의한 농촌에 피폐와 더불어 국가에 의한 과도한 '수탈'에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김정은 정권은 새로운 농업정책의 도입을 검토하는 듯 하다. 바로 올 여름 이후 몇 차례 보도된 신경제개혁조치, 통칭 '6.28방침(주1)'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신농업정책의 내용으로는 종래 20여 명으로 구성됐던 협동농장 최소 생산 단위인 '분조'를 6~8명 정도로 줄여서 수확의 일부(3할이라는 이야기도 있음)를 농민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인농'에 가까운 조치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된다.

일부 농장에서는 시험실시 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취재반이 황해도 주민을 취재한 8월 하순에 이미 협동농장에는 이러한 신정책의 내용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농민들 자신이, 이 갑작스러운 '농업개혁'에 회의적이라고 림 씨는 설명한다.
"내년부터 '개인농을 한다'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농장원들은 '무리'라고 저마다 이야기합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농민 개인에게 토지를 주고 생산을 맡겨도 농민에게는 비료, 종자, 농기구 등을 자력으로 준비할 돈이 없습니다. 설마 분조에 한 마리 밖에 없는 농사용 소를 돌아가며 사용하지는 않겠지요. 즉, 처음에 국가가 농사일에 필요한 자금이나 물자를 공급하지 않으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돈이 있다면 아사자가 나오지 없겠지요. 그래서 아무도 개혁이 실행된다고 믿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농민들은 이 고난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림 씨는
"배고파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농민들은 '수확물을 훔치다 맞아 죽든지, 굶어 죽든지 똑같지 않은가'라며 서로 격려하고 있습니다"라고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또한 김 씨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농업은 어차피 잘 되지 않고, 수확량도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까요. 농민들은 협동농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이외의 수입을 찾아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농민들의 괴로움은 계속 되겠지요"

올 봄의 기근을 힘겹게 견딘 농민들은, 이제부터 시작될 또 다른 고난에 한숨만 쉴 뿐이다. (계속)
주1) 6.28방침 김정은이 올해 6월 28일에 발표했기 때문에 이름붙여진 경제방침. 정식명칭은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로 보인다. 내용은 기업소 운영의 자주화, 농촌 개혁, 배급제 폐지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고 여겨지지만, 아직 북한 당국의 정식 발표는 없다. [2012 황해도기근] 기사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