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계획하기 위해 도둑질과 뇌물까지
기자: 설을 며칠 휴식했습니까?
협력자: 3일 휴식했습니다. 4일부턴 '퇴비전투'가 (두엄 모으기) 시작됐는데 완전히 웃깁니다. 퇴비가 없으니, 다른 인민반에서 훔쳐 갈까봐 새벽마다 인민반 변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 집에서 하루에 퇴비 30kg씩, 가까운 농장에 가져다 바쳐야 합니다.
※인민반은 북한 행정 조직의 최말단 단위로, 20~40가구 정도로 구성된다. 단층 주택가에는 한 개 인민반에 하나씩 공동 위생실을 가지고 있다.

기자: 정말 힘들겠습니다.
협력자: 그리고 농장에 '인분'을 가지고 가면, 개똥이랑 다른 퇴비에 비해 키로 수(무게)를 많이 쳐줍니다. 그러니까 모두 인분을 가져가려고 하니 변소를 가지고 싸움까지 하며 막 대단합니다. 서로 내거니, 네거니 하며 똥을 놓고 대단합니다.

기자: (웃음) 그럼 남의 변소에 가서 똥을 훔친단 말입니까?
협력자: 그럼요. 싸움이 대단합니다. 그저 다른 사람은 곁에도 못 오게 합니다. 퇴비를 훔쳐갈까봐.

기자: 퇴비를 하루에 얼마씩 내야 한다고요?
협력자: '퇴비 전투 기간'중 한세대에 30kg씩 매일 바쳐야 하는데, 간단치 않습니다.

취재 협력자의 통화 내용을 통해 북한에서 퇴비 모으기를 '전투'로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화학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은 매해 1~2월이면 전역의 주민들에게 퇴비를 바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다수의 탈북자 말에 의하면, 농촌에는 소와 개를 비롯한 집짐승들이 있으니 그 똥이라도 있지만 도시 사람들은 인분에만 매달려야 하니 '퇴비 전투 기간'만 되면 공동화장실을 먼저 차지하려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세대당 퇴비 과제 외에도 기업별 과제가 할당되고 있는데, 기업 대부분이 농촌과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이들의 어려움 또한 크다고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은 책임자들이 직접 퇴비를 받는 농촌에 찾아가 해당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퇴비를 전량 바친 것으로 한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새해 벽두부터 농사준비에 주민들을 내몰고 있지만, 이 '퇴비 전투'가 주민들 간에 불화와 부정부패를 조성하는 온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