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주택 정책에도 사회주의 이념의 성격이 강해, 살림집도 기관이나 기업소 단위 별로 무상 배분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부동산도 국가와 사회협동단체의 소유이고, 그 매매, 임대, 저당(집을 채무의 담보로 잡는 것) 역시 금지 돼 있다. 그러나 당국이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집을 짓지 못하고,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제난을 겪으면서 개인의 경제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비공식적인 주택시장이 발생했다. 현재는 도시와 농촌지역을 막론한 북한 전역에서 주택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 주변 지역의 주택매매 근황에 대해서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협력자가 조사했다. (백창룡)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측에서 바라본 양강도 혜산시의 허름한 단층 주택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측에서 바라본 양강도 혜산시의 허름한 단층 주택가. 2014년 5월 13일 (아시아프레스)

 

장마당 근처의 집은 고액, 주택매매 단속에도 뇌물로 무마
6월 2일 북한 함경북도 회령에 거주하는 취재협력자는 아시아프레스와 통화에서, '현재 북한에서 살림집 대부분은 매매를 통해 구입하고 있지만, 명색이 국가 재산인만큼 국가에서 발급하는 '살림집 입사증'(국가에서 살림집 사용을 허가하는 서류)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입사증'은 국가 기관에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대체로 집을 파는 건물주 측에서 해결해 준다고 한다.
※국가적인 사업으로 건설된 살림집이 아니라 특정 기관들에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자체로 지어 판매하는 집도 국가 소유의 살림집으로 등록된다.

이어 취재협력자는 '지역마다 살림집 매매 가격이 차이가 나는데, 회령시와 가까운 농촌 지역은 독립가옥인 경우 70평 정도에 북한돈 2,000만원(미화 2,500달러 정도) 정도 한다'며, 아파트 가격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북한돈1만원 = 미화 약 1.25달러 / 2014년 3월 초 평양 기준) 또한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장마당이 근처에 있다면, 70평 기준 북한돈 1,5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위치가 나쁘고(장마당과 멀거나 교통수단 이용이 어려운 곳), 미장이 덜 됐거나 온돌이 없는 등 내부 공사가 필요한 집은 북한돈 800만원 정도(40~50평 기준)에 거래된다.

장마당 근처의 집값이 비싼데 대해 취재협력자는, "한마디로 돈 벌기 쉽기 때문이다. 다른 장사를 하지 않아도 장사꾼들의 짐만 건사(보관)해 주어도 돈을 그저 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시장 주변의 주택은 유통되는 상품을 저장하는 물류창고의 역할을 하고 있고, 장사꾼들의 짐을 보관하거나 상품 도매소의 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취재협력자는 개인의 주택거래에 대한 사법기관의 단속과 관련, "주택을 사는데 많은 돈이 오가니 보안서(경찰서)나 보위부에서 시비를 많이 걸지만, 뇌물이나 친분 관계를 내세워 무마시킨다. 집을 지어서 파는 사람들은 뒤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낸다"고 전했다.

주택을 사고 팔 때는 북한돈이나 중국인민원, 달러까지도 이용되고 있다. 취재협력자는 "얼마 전 회령시와 멀리 떨어진 00군에 팔겠다는 집이 있어 보고 왔는데, 단층집 하나에 2세대가 살게 된 집인데 집도 깨끗하고 앞에 터밭도 한 50 평 정도 있다. 집값은 500만원(북한돈)인데, 중국 돈으로 지불하면 인민원 5천원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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