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쌀을 팔고 있는 장사꾼들

시장에서 쌀을 팔고 있는 장사꾼들. 매대에 여러 종류의 곡식이 담긴 자루가 놓여 있고 가격표도 보인다. 우측 끝에 있는 쌀자루엔 4900원 라고 적혀 있다. 2013년 9월 청진시. 아시아프레스 촬영

 

◇쌀 판매소 운영에 사법기관 적극 개입, 주민들의 불만 고조

또한 국영 '양곡판매소' 운영에 사법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취재협력자는 "지역 검찰, 보안서(경찰)까지 동원 돼 '양곡판매소'와 협력 하에 개인에 의한 식량의 유동과 판매를 통제하는 것과 함께 양곡판매소에 쌀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팔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지역의 경계마다 식량차단소(한 지역에서 생산된 식량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거나, 다른 지역에서 식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단속하는 초소)까지 설치해 식량 이동을 단속한다. 량정부(식량 공급 담당 부서)의 허가증 없이 개인이 식량을 운반하는 경우는 무조건 회수한다고 한다. 이 단속에 불응하는 주민은 당의 방침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 돼 엄하게 처벌받는다고 협력자는 말한다.

지역 판매소 소장은 주민에게 직접 '양곡판매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개인이 쌀이나 콩을 팔면 무상 몰수한다'는 담보서까지 받아갔다고, 취재협력자는 덧붙였다.

이렇게 통제가 강화되는 중 지난 9월 28일에는, 이 지역으로 쌀 25자루를 갖고 들어오던 쌀 장사꾼이 단속에 걸려 전량을 국영 '양곡판매소'에 싼 가격으로 강제 수매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당국의 이런 강압적 조치에 주민들의 불만이 대단하다고 취재협력자는 말한다. 특히 식량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농장원들은 '자기가 농사지은 식량조차도 마음대로 팔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돈 없는 서민들은 '바쁠 때(사정이 어려울 때)는 시장에서 언제든지 외상으로 먹었는데, 국가 상점은 외상이 없으니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양곡판매소'의 설치 운영은 '새로운 경제관리체계'의 일환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김정은 정권이 2012년 6월에 발표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한 고리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월 17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의 농업부문에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우월성에 대해 전하면서 '삼지강협동농장'의 예를 들었다.

해당 기사에서는 이 농장의 농장원들은 여유곡물이 많아지면 시장이 아니라 양곡판매소를 찾는데, 그 이유는 농민들의 여유 곡물을 시장과 비슷한 가격으로 수매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와있다.

이어 조선신보는 식량의 자유처분 권한을 부여받은 농민들이 시장이 아닌 판매소를 찾는 이유에 대해, 농장 관리위원장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래야 떳떳하고 좋다.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농민의 본분이다'

'쌀은 곧 사회주의'라고 표현 할만큼, 북한 정권에 있어 식량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는 계획경제의 마비와 함께 가격을 통제할만한 쌀을 확보할 수 없었고, 체제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식량은 오랜 기간 주민들에 의해 좌우되는 시스템으로 변했다. 이런 상황에, 당국이 국영 '양곡판매소'를 통해 식량 가격 통제에 나선다 하더라도 이미 주민들의 경제 생활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당국이 쌀 시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