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보천군의 혁명전적지 구역
양강도 보천군의 혁명전적지 구역. 이 곳의 산은 ‘성지’이기 때문에 벌채가 금지 돼 나무가 많지만, 그 이외의 곳은 민둥산이 되고 있다. 2014년 5월 중국측에서 촬영(아시아프레스)

 

◇20일 가까이 진화 안 돼...당국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건 공표
북한 국내의 다른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10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일이 지난 현재도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아, 현지에 동원된 인원들이 철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를 묻자, "화재가 발생한 지역은 방풍림이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센 지역인데다 혁명전적지 구역이다 보니 산에 나무와 마른 낙엽이 많아 불이 잘 번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사태를 맞아, 긍정적인 내용만 발표하고 있던 북한 당국도 이번 대규모 산불로 인한 피해를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려 줘 주의를 환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아래에 취재협력자가 몰래 녹음해 전송해 온 화재 대책에 관한 강연내용을 인용한다.
"...현재, 삼지연 지구를 비롯한 혁명전적지를 끼고 있는 지구에 산불에 의한 화재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청봉, 무두봉, 서두수 농장을 비롯해 많은 곳이 피해를 입었고 인민경제의 '대상건설(편집자 주 : 국가 레벨의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많은 산림 자원이 타버렸습니다. ...현재, 화재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화재로 하여 우리 인민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혁명적 경각성을 높이고 산불에 의한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산에 들어 갈 때에는 담배, 라이터 등을 가지고 가지 않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번 산불을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주민에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볼 때, 향후 사고 책임 추궁의 문제로 혼란이 예상된다고 앞서 언급한 취재협력자는 말한다. 그는 "이번 산불로 목재를 비롯한 경제적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백두밀영 지구를 비롯해 많은 사적물이 불에 탔기 때문에 사고의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확대될 것은 뻔하다"라고 이후의 전개를 예상했다.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 총비서의 사망 후 권력 승계를 위해 내세운 최고의 명분이었던 '백두의 혈통'. 그 요람의 '성지'인 삼지연 지구가 큰 피해를 보면서 김정은을 비롯한 김 씨 가문의 우상화 선전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불은 완전히 진압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일을 빌미로 '백두의 혈통'과 무관한 사람이 책임 추궁 등으로 처형당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