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운임 57배 상승, 북부국경지역에서 하루 반이면 평양 도착
북한이 일부 중요 철도 노선에서 내연기관차를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전기기관차 대신 디젤을 연료로 한 내연기관차로 열차의 운행 부족을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 : 최경옥 / 정리 : 백창룡)

주행 중 멈춰버린 열차. 창문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주행 중 멈춰버린 열차. 창문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2002년 8월 양강도 혜산시 교외. 중국측에서 이시마루 지로 촬영.

 

지난 2월 중순,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아시아프레스와 통화에서 '내부 전기사정으로 내연기관차가 다니고 있는데, 전기기관차로 운행할 때는 혜산에서 평양까지 10일 정도 걸리던 것이 현재는 하루 반이면 평양에 도착한다'고 전했다.

이어 취재협력자는 '내연기관의 운행은 '최대급행열차'(가장 빠른 열차 종류)에만 국한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자신이 사는 지역의 내연기관차는 러시아에서 들여 온 연료로 움직이는데, 전기기관차는 역내 열차 정비장에 서 있는 채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혜산 간 내연기관차의 차표 가격을 묻자 취재협력자는 '차표 값이 85,000원인데, 국가 지시로 철도성에서 직접 내려 보낸 가격이라고 한다. 요금이 비싸니 일반 사람들은 탈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사정이 있는 사람이나 간부들이 탈 정도니 열차가 빌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사람은 차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열차의 빨라진 운행시간에 주민들은 반기는 편이지만 내연기관차에 의한 정시 운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며, 차표 값이 8만원이 넘을 정도니 일반인들은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국영 교통수단의 마비로 인해 북한 국내에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기관이나 기업, 개인이 버스나 화물차를 갖고 운영하는 운송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운영의 '최대급행열차'의 차표 가격이 8만원을 넘는다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승강구에서 차표와 짐의 양을 확인하는 여성 승무원.
승강구에서 차표와 짐의 양을 확인하는 여성 승무원. 역무원이나 승무원은 여객의 부정승차나 규정 외의 짐 반입 등을 허용하는 대신 뇌물을 받아 돈을 벌고 있다. 2013년 10월 혜산역. 리훈 촬영.

 

아시아프레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혜산-평양간 열차의 국정가격은 1,500원이었다. (2013년 9월 당시 환율로 약0.5달러. 실제로는 2~3배를 더 내야 구입할 수 있다) 85,000원이라는 가격은 실세 환율로 약 10달러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는 현재 북한 시장에서 쌀 20 kg, 옥수수라면 40kg 정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3인 가족의 1개월 식량 값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내연기관차를 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기는 물론 연료도 부족한 북한에서, 내연기관차는 전력이 가장 부족한 겨울에만 임시로 운행될지 모른다. 어쩌면 노후화된 북한 철도의 현대화를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러시아의소리'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25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3,500km에 이르는 북한 철도의 현대화를 추진한다. 같은 해 10월 2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평양의 동평양역에서 북한과 러시아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동역-강동역-남포역 구간 철도개건착공식'이 진행됐다. 이러한 러시아의 투자가 어느 정도 진행될지 불명이지만, 북한에 있어서 철도의 현대화는 북한의 경제정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고리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은 전체 화물 수송의 90%를 철도에 의존하고 있다. 매년 '신년연설'에도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며 인민경제의 선행관(先行觀)이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인민생활 개선을 외치는 현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도, 이 철도라는 동맥의 활성화가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만큼 북한 국영철도의 변화도 필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