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뚜껑이 없는 맨홀이 보인다
거리에 뚜껑이 없는 맨홀이 보인다. 2013년 9월 황해북도 사리원.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에서는 뚜껑이 없는 맨홀이 많다. 지방은 물론 수도 평양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평양에서 생활할 때 도시 중심 지역에서도 맨홀 뚜껑이 없는 것을 실제로 보았으므로, 교외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오래 전부터 북한 당국은 전국에서 고철 수집을 진행해 왔다. 나라에서 내려오는 고철 수집 할당량을 달성하기 위해, 주민들이 맨홀 뚜껑을 떼어 훔쳐가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지구별, 직장별로 당국에 납부할 고철 수집이 월 및 년 단위로 계획된다.

그 밖에도 국가적인 건설 프로젝트 등의 명목으로 고철 수집을 강요한다. 뚜껑이 없는 맨홀에서는 당연히 사람이 떨어지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때로는 사망자가 나오기도 한다. 깜깜한 밤이나 호우로 인해 맨홀이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날, 지나던 사람들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술을 마신 남자들의 피해가 크다. 술에 취해 자전거를 타다가 맨홀에 빠져 얼굴을 다치거나 걷다가 구멍에 빠져 늑골이 부러지거나 하는 등, 필자도 이러한 사고를 몇 번이고 목격했다. 맨홀 뚜껑이 없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북한에서는 수도의 물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파열된 수도관의 물을 맨홀을 통해 긷는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오래된 수도관이 얼어서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위 맨홀에 주민들이 모여 물을 긷고 있는 모습은 흔하다. 불편하고 위험하지만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유용하다.

맨홀 뚜껑이 도난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국은 콘크리트로 뚜껑을 만들어 덮고 있지만 무거운데다 충격에 의해 자주 깨지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 북한 주민들은 뚜껑이 없는 맨홀의 위치를 기억해 두는 식으로 추락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있다. (백창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