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사회적 대혼란기인 '고난의 행군' 전후, 원시적이고 소규모였던 암시장은 지난 십 수년 간 크게 성장해 북한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가 되었다. 아시아프레스 북한 내부 기자인 심의천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판매금지품목인 컬러 텔레비전이나 의약품, 휘발유까지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해 온 북한은 물자 생산과 유통을 국영기업이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무너진 지 오래다. 국영 상점의 물건은 종류도 적은데다 질도 나쁘고 실제로 판매하지도 않는 등 유명무실하다. 현재 북한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것은 시장경제로, 장마당에서 대부분의 물자가 유통되고 있다. 판매가 금지된 물품들도 암시장에서 거래된다.

2008년 10월 심의천 기자가 황해북도 사리원시 대성시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장마당 앞 거리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물품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대낮에도 버젓이 활동하는 북한의 암거래 도매상들이다. 종이에는 공업품, 양복, 화장품, 약 등 다양한 물품명이 적혀 있다. 

촬영자가 다가가자 종이를 살짝 내밀어 보여준다. 자신들의 취급 물품이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팔지 못하는 것이다. 남조선(한국) 것이 있냐고 묻자 단속원인지 의심하는 듯 없다고 대답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여기서 산 물건을 다른 곳에 파는 소매업자들이다.

손님이 관심을 보이면, 뒤에 있는 창고나 집으로 데려가 실제 상품을 보여준다. 그곳에서는 컬러 텔레비전이나 DVD플레이어 등도 눈에 띈다. 전자제품은 국영상점인 '수매상점'에 위탁해야 하지만 몰래 팔고 있다.

암시장에서는 북한에서 매우 귀한 휘발유까지 팔리고 있다. 관청이나 국영기업에서 부정으로 유출된 것이다. 장마당 앞의 이러한 암거래 도매상들은 시장에서 팔지 못하는 물품들을 전문 취급하는, 사실상의 도매상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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