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유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안전 문제다. 일본에 와 있는 것이 발각되면 조총련이 평양에 그 정보를 전달해 가족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오사카 남부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이순자 씨(가명)는 10대 때 부모와 함께 북한으로 건너갔다. 수년 전 정치문제에 휘말려, 탈북해서 태어난 고향인 오사카로 갈 것을 결심했다.

작년 여름, 부탁을 받아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함께 돌아보았다. 예전에 살던 연립주택은 해체되었고, 자주 헤엄치던 바다는 호안 블록에 덮여 항구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달라진 것은 일본인의 마음이 아닐까? 모두 너무 바빠서, 정이 없어졌어"라고 슬퍼했다. 한국도 일본도, 사람들은 모두 바쁜 일상을 보낸다. 탈북자의 고민을 친절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순자 씨는 올해 60대가 되었다. 지원자 외에는 아는 사람도 적고, 쓸쓸한 나날을 보낸다. 일본에 있는 친척도 순자 씨에게 냉담하다.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누계 약 3만 명. 정부로부터 좋은 정착지원을 받는다. 일본에는 지원제도가 없고, 언어, 직업, 진학, 육아 등 다양한 벽에 부딪히지만 자원봉사자의 도움에 의지한다.

젊은 탈북자는 정착지원제도가 없기 때문에 자립의식이 강하고, 대다수가 직업을 갖고 자활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고급아파트를 구입한 탈북자도 있다. 한편 고령의 탈북자들은 대부분 일본 정부로부터의 생활보호비로 살아간다.

북한에 귀국한 사람은 재일조선인 인구의 무려 6.5명 중 1명에 달했다. 재일조직과 일본사회 모두 등을 떠밀어 귀국선에 태웠으니, 재일코리안과 일본인이 협력하고 지탱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

올해 초 오사카 동부의 한 병원에서 젊은 탈북자 부부 사이에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에 증조부모가 조선에서 일본으로 온 후 4대 째. 일족의 유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이 아이가 안주할 수 있는 땅이 될 것인가?

그거 시대와 정치에 농락당하지 않고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