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면 생활총화라는 것이 요란한 의식처럼 보이겠지만 진지하게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생활총화는 기관별로 진행하는 날이 다르지만 대체로 토요일에 진행한다. 오전은 생활총화, 오후는 후술하는 정치 학습이 진행된다. 사람들은 이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를 ‘내일은 일요일, 휴식이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럭저럭 넘기고 있을 뿐이다.

내가 근무하던 평양시의 한 교육기관은 토요일이면 일을 금지하고 당원과 비당원으로 나뉘어 생활총화를 진행한다. 생활총화를 무난히 넘기자면 몇가지 포인트가 있다. 우선 반성하는 내용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고르면 안 된다.

부서에 따라 몇명에서 30명 안팎의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생활총화는 각자 노트를 보며 자기 반성을 한 뒤 회의 집행자가 반성에 대해 설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때 큰 비판을 받지 않도록 생활상의 사소한 결점과 태만 등을 반성해 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매주 자신의 결점을 꼽기도 쉽지 않다.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으면 억지로 ‘조작’하기도 한다. 세상이 넓다고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기 결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북한 국민만이 아닐가 싶다.

그리고 생활총화에서 최대 난관으로 되는 것이 ‘상호비판’이다. 남을 비판하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비판 받는 상대는 더욱 그렇다. 이것이 원인으로 인간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생활총화가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은 신경질적이 되기 쉽상이다. 그렇다고 상호비판을 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비판 대상이 된다.

김정일의 ‘말씀’에 의하면 ‘상호비판은 자신을 더욱 혁명적으로 수양하기 위한 양식이다’라고 되어 있다. 김정일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이상 상호비판을 피하는 행위는 김정일에게 거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모두 하기 싫어도 상호비판을 하지만 인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엔 내가 너를 비판하니 다음 주는 네가 나를 비판하라’라는 등 미리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도 예상 밖의 문제로 기분이 불괘해지기도 한다.

다음은 나 자신의 체험이다. (계속)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기사 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