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기사 일람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동지 만세'라고 적힌 구호. 2013년 9월에 촬영된 청진역사. 이해 김정일에서 &rarr; 김정은으로 구호가 일제히 바뀌었다. (아시아프레스)

 

 

조장되는 상호 불신과 룰(rule)의 일탈

사적인 이유로 생활총화를 남의 인격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는 자는 이 밖에도 있다. 과장된 비판으로하여 생활총화 도중 말다툼이 벌어지는 일도 많다.

2007년 여름에 있은 생활총화에서 한 동료가 나이 든 간부를 밀어내기 위해 획책한 일이 있었다. 이 동료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간부를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한 것이지만 진상이 밝혀져 실패했다.

이날 생활총화는 5개 부서의 약 30명의 직원이 참가했는데 동료가 같은 부서의 부서장을 맹열히 비판해 나섰다.

‘당신은 실력이 없어 다른 교원의 눈치만 살피면서 힘든 일은 젊은이에게 맡겨 놓고 틈만 나면 근무 시간에 사우나에 다닌다. 부서장이 이런 상태니 부서의 일이 잘 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 힘든 것은 알겠지만 책임자면 다른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비판이었다.

사실 그 부서장이 사우나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근무 시간에까지 사우나에 출입할 사람은 아니었다. 부서장이 회의 집행자에게 ‘이건 잘 못된 사실인 것 같다’고 말하자 회의 집행자는 거꾸로 ‘조금이라도 잘 못된 점이 있으면 비판을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발뺌하는 것은 당적 수양이 부족한 표현이다. 다시 심중하게 비판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부서장이 비판한 동료에게 ‘야, 부서장 자리가 그렇게 탐나냐. 탐나도 이런 식으로 하면 않되지 않아? 라며 둘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말다툼은 인차 진정됐지만 이후 둘 사이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 사실이 상급 당에 보고되여 검열까지 내려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과 동료가 사실을 과장한 것이 밝혀져 처벌로 건설현장에 1달간 ‘무보수 노동’을 하게 되었다. 무보수 노동이란 말 그대로 ‘보수없는 노동’을 말하는 것인데 북한에선 한달 식비가 월급의 수십배나 되는 나라이므로 모두가 부업으로 번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본업의 수입이 없는 것에는 아무런 영향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북한의 건설 현장 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안전수준이 낮아 이른바 ‘강제노동’과 마찬가지다. 비록 1달이라고 하지만 사무직을 떠나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다. 거기서 이 동료는 건설 현장 책임자에게 돈과 술 등의 뇌물을 주고 한달 처분 기간을 마치 휴가처럼 자택에서 편히 지냈다고 한다.

이 동료는 뇌물을 바칠 능력이 있으니 이렇게 끝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 중에는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건설장 책임자에게 잘 못 보이면 ‘이 사람은 일을 성실히 하지 않는다. 잘 못을 고치려는 적극성이 부족하다’등의 식으로 상부에 보고하면 노동기간이 연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무보수 노동 처분을 받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노동 현장 책임자의 환심을 사려고 뇌물을 주는 것은 당연시 되고 있다.

이러한 실례를 놓고 볼때 북한의 생활총화 제도는 사람들의 건전한 도덕 정신과 상반되는 불신을 조성하고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을 조장하는 자리로 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  (기고: 림철"탈북자"/정리: 리책)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기사 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