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원의 유용(流用)가능성을 생각한다

 1-1 '취약국가'란 무엇인가

 ◆ 관여의 실패가 낳은 '파탄국가'

UN에 가입해 주권이 국제적으로 인지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국토의 통치 능력을 잃고 있거나, 또는 내전 상태이거나, 실질적으로 국가의 형태를 이루지 못한 국가는 '파탄국가' 혹은 '실패국가', 그리고 '붕괴국가'로 불린다.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이라크, 90년대 후반의 유고슬라비아 등이 예로 들 수 있다.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동서의 긴장이 완화되며 그때까지 닫혀있던 '민족', '종교', '내셔널리즘'을 대립의 축으로 하는 분쟁이 개발 도상국 지역에 빈발하게 된다. 주된 것으로는 르완다 분쟁(1990~1994), 걸프 전쟁(1990~1991), 시에라레오네 분쟁(1991~2002), 유고슬라비아 분쟁(1991~2000), 체첸 분쟁(1994~2009), 동티모르 분쟁(1999) 등이 그 예이다.

모두 정부의 통치 능력 약화에 의해 국가는 분열되어 국민은 빈곤에 허덕이게 됐고, 그리고 내전이 발생했다. 냉전 후 국제사회는 이들 '파탄국가'에 대한 지원을 과제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서 세계의 관심이 '파탄국가'에 대한 지원으로 향해진 것은, 2001년 9월 11일 미국을 대상으로 한 동시다발 테러사건 때부터이다.

정부가 통치능력을 상실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의 중심부를 공격하는 세력(알카에다)이 활동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911테러에 의해 불안정한 나라에 대한 관여의 기본 방침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자국의 안전 보장 문제'로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해 연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LAP (Learning and Advisory Process on Difficult Partnerships)가 설치돼 정부가 충분히 기능하지 않는 불안정 국가의 지원 방식에 대해, 조사연구 및 가이드라인의 설치, 정책제언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LAP는 2005년에  '취약 국가 그룹'(Fragile States Groups)으로 이름을 바꿨다}

미국은 911 테러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파괴했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에 대해서는 대량 살상 무기와 테러를 명목으로 체제를 붕괴시켰다. 하지만, 그 후 양국은 주지의 사실과 같이 문제의 근본 해결은커녕 불안정화가 더욱 심해지고 분쟁 상태이다. 체제가 취약한 국가에 대한 관여・대응 방법 실패의 대표적 예이다.

이렇게 '취약국가'의 문제는 기존의 안보, 군사 문제, 혹은 개발 문제(빈곤, 통제)로 취급되어 왔지만 최근의 논의는 '취약국가'의 대부분은 국가의 형체도 잡히지 않아, 이를 건전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국가 건설), 이들 국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로 초점이 옮겨 가고 있다.

 

'취약국가'의 국제적 정의

원래 '취약 국가'는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인가?

'국가의 구조가 빈곤 감소와 개발 및 국민의 안보와 인권의 보장에 필요한 기초적 기능을 제공하는 능력 또는 의사(意思)를 깨뜨리고 있는 국가'(OECD-DAC의 2007년 정의)

'빈곤자를 포함한 국민에 대해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 등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거나, 할 의사가 없는 정부' (영국국제개발성=DFID의 2005년 정의)

'취약국가'의 정의는 기관과 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있고, 서방 선진국이 제멋대로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취약국가'의 판단 기준으로는 '중요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의사와 능력의 유무'가 공통되고 있다. 본고도 이 인식에 따라 글을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