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성 도문의 연락교는 왕래가 거의 없어 한산하다. 2017년 10월 이시마루 지로 촬영

■ 특권층에 직격탄

무역 상사도 그 대부분이 권력기관 산하에 있다. 가장 유력하고 수가 많은 것은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담당하는 '39호실' 산하의 기업 그룹이다. 또 인민군, 당 기관, 보안성(경찰) 등도 산하에 많은 무역 회사를 가지고 있다. 외화벌이의 주 품목인 석탄, 철광석, 해산물, 비철금속,  희유금속, 중국에서 위탁 가공의 섬유제품 수출 외, 중국에 5만, 러시아에 3만 이상으로 불리는 인력을 파견해 급여를 떼어내어 벌어왔다. 이들의 외화수입이 평양에 사는 특권층, 부유층, '돈주'들의 사치 생활의 원천이다.

중국의 제재는 이 부유층과 무역회사를 직격했다. 필자의 취재 팀은 3, 4월에 몇몇 대규모 무역회사의 운영실태를 조사했다.

모란회사는 '39호실' 산하 조직의 '낙원지도국'에 소속된 상사이다. 본사는 평양에 있지만,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지사를 찾아가 조사했다. 청진시는 동해와 접한 북한 제 3의 도시로 중국과도 가까워 주로 해산물이나 광물을 중국에 수출하는 거점이다.

모란 회사의 청진 지사 정규직 직원은 35명 정도로 그 아래에 많은 하청, 재하청의 사업소가 있다. 사무소를 찾아가보니 수출 부진으로 영업을 할 수 없어 '돈주'에게 사무소를 창고로 임대하고 있었다. 제재 전 직원은 한 달에 백미 50킬로와 중국돈 500원(한국돈 약 8만 3000원)이 지급됐으나 올해 들어 중단되고 말았다. 텔레비전이나 전기 밥솥, 물통, 침대 등 지금까지 장사꾼에게 납품하던 중국 제품을 직원에게 직접 판매시키고 있다. 회사에 한 달에 약 17만 원의 이익을 상납하는 것이 기준으로, 이것을 넘어선 금액은 본인의 몫이라고 한다.

역시 청진에 지사가 있는 강성무역회사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산하다. 여기도 모란 회사와 마찬가지로 사무실을 창고, 도매 상점으로 임대해주었다. 40명의 직원은 역시 배급도 급여도 없이 생활 잡화나 이불을 시내와 농촌까지 가서 판매하고 있다. 회사에 납부 기준은 한달에 약 25만 5천 원으로, 3개월 연속으로 달성하지 못한 직원은 해고된다. 청진 시내에 직영식당이 5개 정도 있어 거기에서 얻는 이익으로 어떻게든 회사를 유지하는 상태라고 한다.

북한의 대중 무역은 수출품인 광물, 해산물, 섬유 제품 등을 저렴한 인건비로 국민에 생산시키고 권력 기관 산하의 무역 상사가 이것을 중국에 팔아 돈을 벌어 평양 권력 핵심과 부유층에서 이를 분배하는 구조다. 청진에 있는 무역 상사가 바치는 이익도 마찬가지로 역시 평양의 특권층에 회수된다. 제재로 무역이 멈추면 생산자인 민중은 실업 상태가 되어 현금 수입이 줄지만, 평양의 특권층은 착취하는 시스템 자체가 흔들려 타격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