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부럼없어라'라고 적힌 국산 과자세트. 2012년 김정일 생일에 아이들에게 배부된 것이다. 맛이 없다고 불평하고 시장에 파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아시아프레스)

◆'위대한 지도자로부터 국민으로의 선물'이라는 허구

10월 10일은 73회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이었지만, 명절에 전국민에게 주어지는 '특별배급(공급)'이 전혀 실시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건국 70주년 기념일과 추석의 특별배급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북한 각지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강지원)

북한의 명절로 말하자면,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 설날과 추석, 건국기념일(9월 9일), 노동당 창건기념일로 이어진다.

명절에는 '위대한 지도자'가 국민에게 선물을 하사하는 '명절 특별배급'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쌀과 술, 식용유, 학용품, 과자세트 등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인덕 정치와 위대성 선전이 목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에 해당하는 인민위원회가 관내에서 자금과 물품을 조달해 주민에게 배급한다.

◆경제난으로 순식간에 진부해진 선물

하지만 경제난에 의해 1980년대부터 그 질과 양이 저하되어 왔다. 최근 몇 년은 조악한 국산품 양치 세트, 식용유 한 병, 학생들에게 과자 봉지 하나, 지하족 한 켤레 정도다. 그조차도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했다. 질이 좋은 중국제품을 시장에서 사서 쓰는 것에 익숙한 주민들은 고마움은 커녕 기대조차도 하지 않게 되었다.

진부해지고 유명무실화 되었어도 김정은 정권이 명절의 '특별배급'을 계속해온 것은 '위대한 지도자의 국민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면 권위에 상처를 입을까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 2월 김정일 생일에 빈약한 '선물'이 있던 것을 마지막으로 '특별배급'은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프레스의 조사로는 적어도 양강도, 평안북도, 함경북도의 몇 군데 도시에서는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 주민들에게 '명절 배급'은 아무것도 없다. 축제 분위기도 매년 희박해지고 있다. 자기 부담으로 배급을 준비해야 하는 공장과 기업에서도,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보안서(경찰)과 보위국(비밀경찰)에서는 자금을 자체 조달해서 식용유와 설탕이 조금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