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까지 벌채된 북한의 산. 묘지도 많이 보인다. 식수(植樹)와 농지 확보가 강제 이장의 이유라고 한다. 2017년 7월 중국 측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현재 북한 각지에서는 묘를 발굴해 유해를 옮기는 사람들이 길을 왕래하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을 산과 농지 주변에 있는 무덤을 없애기 위해 유골을 파내 화장하라는 노동당의 지시가 전국에 내려졌기 때문이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취재협력자가 6월 14일 전했다.

◆ 이장 비용은 주민이 부담해 불만 높아

첫 지시는 조상의 성묘를 하는 4월 5일 청명절에 맞춰 나왔다. 그 제2차의 기한이 6월 15일로 설정됐고, 이 때문에 6월 9일 주에 들어서자 인민반을 통해 최후 통고가 나왔다. 15일 이후 남은 무덤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고 간주해 당국이 부순 뒤 농지로 정리하거나 조림(造林)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크게 당황해 조상과 가족의 묘를 파내고, 길에는 유해를 옮기는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강제 이장'에 주민의 반발이 강하다. 우선 비용의 문제다. 무덤을 발굴하는 데는 일손이 필요하다. 가족만으로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60~100중국원(10중국원은 한화 약 1700원)을 내고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또한 발굴된 유해는 지방 정부의 '건물관리소'가 운영하는 화장터에서 화장해야 한다. 양강도 혜산시 기준으로 화장 비용은 300중국원(한화 약 51300원)이나 한다고.

또한 유골보관소에 맡긴다면 비용은 북한 돈으로 하루 100원이다. 1년이면 3만 6500원이고, 이것은 한화로 약 4,900원에 해당한다.

여유가 없는 집은 할 수 없이 빚을 지고 유해를 파내 화장하고 있다. 유골을 강에 뿌리는 '수장'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정부가 화장으로 돈을 번다고 불만이 많다"라고 양강도에 사는 다른 취재협력자는 말한다.

두 번째 불만은, 소중한 조상과 가족의 묘를 함부로 다루도록 한다는 것이다. 무산군의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옛부터 조상을 모시는 것을 중히 여겨 왔는데 왜 이런 처사를 내리는가 하고 분개하는 사람과, 묘를 무책임하게 다루면 3대가 망한다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어떤 토장(土葬)도 인정하지 않고, 화장하라고 통보하고 있다. (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