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사진) 매입한 중국제 식품을 노상에서 파는 여성. 이제 이런 광경은 없을 것이다. 2013년 10월 양강도. 아시아프레스 촬영

◆ 시장에서 사라진 중국 제품들

중국 국경 봉쇄와 과도한 주민행동 통제 등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에 대한 극단적 방역조치를 시작한 지 10개월 이상이 지났다. 그 결과 중국과의 무역은 거의 멈췄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과 유통이 막혀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져 있다. 시장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대해 최신 상황을 조사했다. (강지원/이시마루 지로)

1월 말 중국 국경을 봉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월 중순 북한 각지의 장마당에서 중국산 식품, 의류, 신발, 식기, 잡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상인도 구매자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지금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인파는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 라고 협력자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에서 상품이 안 들어오는 데다 주민들 다수가 현금 수입이 줄어서 물건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당국은 '자력갱생' '자급자족' 구호를 강조하며 중국 제품에 기대지 말고 국내에서 생산하라고 호령했다. 현재 시장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북한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

◆ 시장에 있는 것은 농산물과 식품뿐

함경북도 무산군에 사는 협력자는 12월 초순의 시장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시장은 완전히 농산물 시장이 돼 버렸다. 중국산 공업품(식품이외의 공장생산품)이나 생필품은 이제 완전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원래는 나선이나 청진에서 들어왔으나 거기도 중국산 물건이 모자라 무산 쪽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소금만 있는데 예전에 1Kg에 1중국원(167원 정도) 하던 게 지금은 2.5~3중국원에 팔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도 사정은 거의 비슷하다. 조사한 협력자들에 따르면 화장지, 생리용품, 화학조미료, 간장, 남방과일(수박 귤 바나나 등), 식용유, 사탕, 과자 등 중국산 일용품이 국경 봉쇄로 시장에서 곧 사라졌다는 것이다. 의류나 신발 등이 가끔 보이는 정도라고 한다.

◆ 식량•식품 부족 없어

그렇다면 국산품은 어떨까? 12월 초 시장조사를 한 무산군 협력자에 따르면 된장은 국산품이 팔리는데 Kg당 북한돈 4800원(시세율로 약928원 정도). 간장은 중국산이 사라진 이후 농촌에서 만든 것이 나돌고 있으며, 국가에서 군대에 공급하는 건간장이 4만5000원(약 8,91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 건간장은 고체로 1Kg을 물에 풀면 10L 정도가 된다.

쌀과 옥수수, 밀가루, 감자 등 식량은 어느 시장에서나 충분한 양이 판매되고 있어 부족함이 없다. 또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당국이 상한가를 정해 가격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위반자는 상품 몰수등 엄격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12월 15일의 Kg당 가격은 백미 북한돈4,800원(약 930원 정도), 옥수수는 1,800원(약 345원 정도). 초봄부터는 러시아산 밀가루가, 초여름 이후에는 중국 쌀이 대량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원 식량이라고 생각된다.

빵이나 과자 같은 식품도 국산품이 시장에서 팔리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다. 중국 제품을 요행이도 대체하는 몇 안 되는 품목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곰팡이가 금방 피거나 썩기 때문에 손님과 판매자 사이에 다툼이 많다. 중국에서 방부제나 첨가제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양강도 협력자들은 말한다.

날시가 추워지면서 땔감도 주민들에게 큰문제다. 나무가 비교적 풍부한 양강도에서는 지금 1립방메터가 130중국원(약 21,710원). 현금수입이 많이 감소한 주민들에게는 큰 돈이고 난방 없이 참아야 하는 세대들이 많다고 한다.

웃는 얼굴로 비누, 세제등의 잡화를 파는 혜산시장의 여성. 현재 시장은 텅텅 비어 장사만 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8월 아시아프레스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