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문자화면.2014년 국내에서 촬영해 보내준 것이다. 촬영 최경옥(아시아프레스)

 

◆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명목으로 프라이버시 무시

김정은 정권이 '비사회주의현상과의 투쟁'의 일환으로, 국내 휴대전화에 대한 검열을 전례 없는 강도로 실시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불온 정보의 확산을 경계하는 것이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어쨌든 전화 속을 보자고, 거리 검문소뿐 아니라 시장과 직장에서도 닥치는 대로 '손전화(휴대전화)'를 검열한다. 안전원(경찰관)과 규찰대(풍기 단속 조직), 간부들도 검열 대상의 예외가 아니다"

북부 평안북도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4월 중순 이렇게 전했다.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협력자로부터도 똑같은 보고가 오고 있다.

휴대전화 검열은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는데, 올해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거쳐 2월경부터 강도가 단번에 높아졌다. 어떤 방식일까? 양강도의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손전화'에 남은 '통보문(메시지)'과 사진, 영상을 확인합니다. 전화기로 가족사진을 찍거나 하잖아요? 그런 것까지 전부 뒤져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보이면 전화기를 빼앗아서, 기기 전문부서에서 과거에 삭제한 것까지 복원합니다"

당국이 경계하는 것은 두 가지다. 우선 최근 10여 년간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한국을 비롯한 외부 문화다. DVD나 USB와 함께, 휴대전화 단말기가 확산의 매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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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진) 검문소에서 파란 제복을 입은 교통보안원이 감시의 눈을 번뜩인다. 2011년 1월 평안남도에서 촬영 김동철 (아시아프레스)

 

◆ 경제 악화로 불온 정보의 확산 경계

두 번째는 국내의 정보 유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으로서 중국 국경을 봉쇄하고 국내에서도 엄격하게 이동을 통제했기 때문에 경제 악화는 심각하고 일부 취약계층에서는 아사, 병사하는 사람도 발생하고 있다. 절도, 강도, 각성제 밀매, 매춘 등의 범죄가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고, 사회에 불안 심리가 감돌고 있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 국민들이 어떤 정보를 공유, 확산시키는지 감시하자는 것이다.

"시장에 〈유언비어 행위를 없앨데 대하여〉라는 공시가 붙었다. 민심을 교란하거나,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퍼트리는 것은 적을 돕는 행위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들으면 안전국에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총을 가진 안전국 기동대가 시장 주변을 순회하고 있다. 치안 유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주민에게 공포심을 주려는 건 아닐까"

양강도의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북한의 검문소를 망원렌즈로 촬영했다. 위장복을 입은 국경경비병과 갈색 군복을 입고 '검열' 완장을 두른 병사가, 버스 승객의 증명서를 확인하는 듯하다.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측에서 2019년 9월 촬영 이시마루 지로

 

◆ 한국어를 사용하는 청년 집중감시

대학생에 대한 통제도 엄격하다. 한 달에 2~3차례, 전자제품, 휴대전화, 컴퓨터 검열이 대학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검사하는 건 '통보문'이다. 친구와 주고받으면서 '남조선 괴뢰말투'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한국드라마 확산의 영향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식 말투가 정착되고 있어, 김정은 정권은 '적문화 침투'의 전형으로서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만약 '통보문'에서 한국식 말투를 찾으면 보위국(비밀경찰)이 개입해서 모든 전자기기를 샅샅이 뒤져 조사한다. 4월 들어 양강도 〇〇대학에서 학생 세 명이 '괴뢰말투'를 사용했다고 검거됐다. 대학 청년동맹은 연대책임이라며 향후 3년간 일절 표창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학부장도 연대책임을 지게 됐다"

협력자는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러한 강력한 휴대전화 검열은, 당연히 사람들을 위축시키며 불만을 품게 한다.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외출할 때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오는 사람이 늘었다. 전화기를 아내의 것과 바꾸어 검열에 대비하는 간부도 많다, 사람의 휴대전화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냐며, 도를 넘은 검열에 항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하나

그렇다고 간부의 휴대전화까지 검열하는 건 보통의 강도가 아니다.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돼 '손전화' 관리가 체계적으로 강화됐다. 정보교류소(IT장비판매소) 및 체신관리국은, 수리와 앱 다운로드 등으로 손님이 '손전화'를 갖고 오면 철저하게 검사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컴퓨터에는 〈보루〉라는 외국정보적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간부도 예외 없이 검열과 가택수사까지 하고 있다고 당국은 설명하지만, 간부 놈들끼리는 서로 잘해주니까, 걸리는 건 결국 '송사리'뿐이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조문은 아직 미공개이지만, 외국 영상과 문서를 보거나 유포시키면 최고형을 사형으로 하는 등 중벌을 과하도록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