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따라 쳐 놓은 가시철조망 안쪽을 걷는 여성. 2021년 7월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김정은 정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저지를 명목으로 중국과의 국경지대를 엄계 체제에 두고, 지난해 8월부터 야간 외출금지 조치를 취했다. 최근에는 위반자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주민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 후에도 엄계 태세를 유지한다고 주민에게 통고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북한과 중국의 국경은 약 1,400km에 이른다. 직선으로 서울에서 삿포로까지의 거리다. 김정은 정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밀수꾼, 밀입국자, 월경자, 그리고 쓰레기에 붙어 중국에서 들어온다며 지난해 봄 무렵부터 국경 거의 전역에서 가시철조망 확장 공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국경선 주위에 완충지대를 설치, 허가 없이 접근하는 자는 경고 없이 사격한다고 사회안전성(경찰) 명의의 포고를 냈다.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포고문에는 '압록강, 두만강의 우리측 강안에 침입한 대상과 짐승은 예고없이 사격한다'라고 돼 있다. 2020년 8월 말 사진 아시아프레스

◆ 저녁 6시면 완전 록다운, 시장도 폐쇄

포고에는 국경 지역 주민의 야간 외출·통행의 금지가 명기됐다. 4월부터 9월까지는 2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10월부터 3월까지는 18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이다.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마치 계엄령이 내려진 듯하다.

이런 고강도 조치의 진짜 목적은 코로나 통제 강화로 경제가 악화할 것을 내다보고 중국으로 도망가거나 월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현지 협력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당연히 주민에게는 심한 불편이 계속되어 불만이 거세다. 하지만 당국은 코로나 종식 후에도 국경 지역 엄계 태세를 계속 유지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함경북도의 한 도시에 사는 취재협력자의 보고를 정리한 것이다.

가시철조망 안쪽에서 경비하는 젊은 경비대원(왼쪽)과 일반 병사. 야윈 모습이다. 2021년 7월 신의주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엄계 태세에 놓인 도시 현지 보고

국경 지역에서는 코로나와 관계 없이 중국과 무역이 재개해도 앞으로도 계속 야간 외출과 통행 금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리들이 말하고 있다. 이제 밤에 거리로 나서는 것도, 동무들과 술 한잔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지금은 저녁 6시에 외출 금지가 되고 아침 7시에 풀린다. 조금만 어두워져도 나오지 말라는 말이니까, 국경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6시면 폐쇄하고 무조건 집에 들어가야 한다. 거리에는 저녁부터 안전원, 단속반, 보위부원 등 통제하는 무리가 지배하는 세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