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담배를 한 손에 쥐고 열차에 타려는 군인. 2013년 10월 양강도 혜산역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도시 주민의 빈곤이 계속되는 북한 지방 도시에서, 흉기를 사용한 강도 사건이 다발해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군 병사에 의한 공갈 협박과 강도도 빈발해 안전국(경찰)이 '흉악한 경우에는 발포해 진압하라'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취재협력자가 6월 하순 전해왔다. (강지원)

◆ 칼로 위협해 자전거, 전화기 빼앗고 입은 옷까지 벗겨 가

현재 함경북도와 양강도 등 중국과의 국경지역에서는 밤 9시 이후 통행이 금지돼 있다. 원래는 야음을 틈탄 중국으로의 월경, 탈북, 밀수를 단속하기 위함이지만, 최근에는 강도 범죄 방지도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30분의 유예 시간을 넘긴 밤 9시 반 이후에 통행하는 사람은 모두 검거된다. 군인도 단속 대상이다. 목이나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고 짐이나 전화를 뺏고 입고 있는 옷까지 벗겨가서,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는 게 무섭다"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 A 씨의 말이다. A 씨는 인근에서 대낮에 벌어진 강도 사건을 예로 들었다.

"6월 하순 어느 날 오후, 교외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던 남녀가 강도를 당했다. 저항하던 남자가 돌로 머리를 맞고 기절해 자전거와 짐을 모두 빼앗겼다.

최근 강도는 팀으로 움직인다. 사람이 오는지 길에서 망을 보다 덮쳐서 자전거째 강탈하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무서워서, 농촌과 시내를 오가는 사람은 3~5명 이상 함께 행동하고 있다"

(참고사진) 압록강변에서 목욕, 세탁하는 젊은 병사들. 갈비뼈가 드러난 사람도. 2017년 7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이시마루 지로. 현재는 병사의 압록강 접근을 통제하고 있어서 이런 관경을 볼 수 없다.

◆ 흉악범은 발포해 진압하라고 지시

흉악범죄 증가에 대해 당국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6월 하순, A 씨가 사는 인민반회의에 경찰과 법통제 기관의 단속에 적극 협력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모든 지구에는 인민반이 관리하는 경비초소(검문소)가 설치돼 있는데, 당국은 강도나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사람을 잡기 위해, 지구에 출입하는 사람의 확인을 철저히 하고 집단행동을 하는 자가 있으면 통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또한 안전국에서는 밤낮을 불문하고 순찰 인원과 횟수를 늘리고 있는데, '범인이 흉악한 경우 발포해 진압하라고 지시가 나왔다고 한다'고 A 씨는 말한다.

◆ 난폭한 군 병사들

군 병사에 의한 강도가 빈발한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범인이 군인이면, 얼굴이 노출돼도 (경찰은) 부대에 들어가서 대면조사를 할 수 없다. 이를 핑계로 병사들은 낮에도 사람이 많은 곳에도 주민에게 시비를 걸거나 물건을 뺏거나 하는 일이 늘고 있다.

나도 지나가던 병사들이 담배를 요구하길래 거절하니까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어서 무서워서 담배를 전부 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전거도 짐도 모두 뺏겨버릴 것 같았다. 부대에서는 병사의 외출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군인에 의한 강도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강도 등 흉악범죄 증가의 배경에는 경제 악화로 곤궁에 빠지는 주민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지방 도시에서는 취약층에서 아사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군 병사에 의한 강도가 빈발하다는 건, 군대에 식량 등 필수품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훔치든 뭘 하든, 어떻게든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게 요즘 세상 풍조다"
라고 양강도에 사는 다른 취재협력자는 말한다.

※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