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조의 위상과 역할 강화
협력자들은 농사의 직접 생산 단위로서 분조의 위상과 역할이 높아진 사실에 대해서도 전해왔다.
A 씨는 3월 초 다음과 같이 전했다.
“분조별로 나눠준 땅은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운영돼요. 올해는 분조 차원에서 1/3 정도 땅에 심을 종자를 자체로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밭고랑에 콩 같은 거 심어서 추가 생산되는 건 분조가 가져요”
※ 분조 : 북한 농장에서 생산의 말단 단위. 통상 10명 내외의 농장원이 분조를 이루고 분조들이 모여 작업반을 구성하며, 농장은 수 개에서 수십 개의 작업반으로 이루어졌다.
3월 중순, 도시주민으로 인근 농촌을 조사한 B 씨의 보고에서는 분조의 책임자인 분조장을 선출하는 절차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분조장의 역할이 높아지면서 분조 내에서 자체로 분조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싸움이나 불만이 생기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분조에서 추천한 분조장에 대해서 최종결정은 농장 관리위원회가 한다고 해요.”
과거에는 농장의 초급간부들은 위에서 임명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농장원들이 분조장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 농정개편의 대상에 농장의 관리기구 뿐 아니라 관리 인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이제 농장이 지주 역할”
“농장은 이제 지주 같은 역할을 한다. 농장이 자체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게 새땅찾기 하고, 분조별로 생산물 관리를 이악하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계획만 수행한다면 농장이 생산물을 가지고 기계를 사든, 비닐박막을 사든 국가에서 상관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라는 거예요.”
※ 새땅찾기: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땅을 개간하는 것으로, 농경지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오래 전부터 중요한 농업정책의 하나로 간주해왔다.
A 씨가 2월 중순에 보내온 내용이다.
지주는 과거 땅을 독점하고 소작농들에게 경작권을 주는 대가로 소작료를 받아 부를 챙기던 농촌의 지배층을 이르는 말로, 보통 북한 주민들은 지주에 대해 부유하지만 탐욕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A 씨가 농장을 지주에 비유한 것은 국가계획 수행에만 급급하던 과거와 달리 확장된 경영자율권을 활용해 자체의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된 현재 농장의 새로운 위상에 대한 평가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 편부터는, 분배의 변화에 관해 보고한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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