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감시초소에서 경계 중인 북한군 병사들. 담배를 피우는 상급병사 옆에서 다른 병사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24년 10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군의 군 복무기간이 남자는 10년, 여자는 7년으로 늘었다고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들이 전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각 2년씩 늘어난 것으로, 2021년 축소된 이래 유지하던 군 복무기간을 다시 늘인 것이다. 현지 상황을 보고한다. (전성준 / 강지원)

◆ 환송 행사에 유급휴가까지, 당국의 민심 달래기

북한에서는 해마다 봄이면 ‘초모’가 시작된다. 초모는 신병 모집 및 군 입대 수속 과정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주로 고등학생의 졸업시기인 3월을 맞아 시작되어 4월에 끝난다.

(참고사진) 신입병사들을 환송하는 주민들. 해마다 4월이면 전국에서 신병 입대 행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2006년 청진시에서 촬영 리준 (아시아프레스)

초모 시기를 맞아 올해도 당국이 군 복무를 찬양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열고, 각종 우대조치로 신병과 그 부모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며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 B 씨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초모생들이 올해는 여관을 비롯한 봉사 시설에서 (출발 전까지)부모와 함께 숙식할 수 있게 당에서 조치를 해줬어요. 그리고 농촌동원 기간이지만, 신병 부모들은 5일씩 유급휴가를 줘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했어요”

B 씨는 신병들이 군복을 입고 학교와 부모 직장 등을 찾아다니며 군대 잘 다녀온다고 인사도 하고 기업소, 학교별로 환송 모임도 조직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서 주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A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들 힘든데 초모생 지원사업 잘 하라고 지시가 내려와서 우리 여맹에서도 2000원씩 모아서 초모생 간식을 지원했어요. 간식이라고 해봐야 빵조각이나 사주는 건데, 역에서 환송식 할 때 전달해준다고 해요”

※ 여맹: 정식 명칭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 주로 무직의 가정주부로 구성된다.

◆ 10년으로 늘어... 마지막 2년은 집단배치 소문도

북한에서 초모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올해 입대자의 군 복무기간이 남녀 모두 2년씩 늘어난 것이 확인되었다. 양강도의 협력자 A 씨는 지난 4월 말 다음과 같이 전했다.

“올해는 (복무기간이)남자 10년, 여자 7년이라고 해요”

이는 입대자 부모 등 복수의 관련자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함경북도의 협력자 B 씨도 4월 말, 같은 소식을 전했다.

“군사 복무기간은 올해 공식적으로 남자 10년, 여자 7년으로 되어 있어요. 그중에 마지막 2년을 집단진출 방식으로 사회주의 건설 단위들에 배치됐다가 제대한다는 말이 돌고 있어요”

‘집단진출’이란 고등학교 졸업생이나 제대군인을 국가적으로 중요한 건설공사나 탄광, 농촌 등 힘든 부분에 집단으로 배치하는 노력동원 행태를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자원의 형식이지만, 사실상 국가의 강제에 의해 노동력을 충당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 초모생 부족 심각, 여성이 40% 넘어

조선중앙통신이 2월 26일 인민군에 탄원한 평양시 내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행사라고 게재한 사진

이번에 군 복무기간이 늘어난 것은 남녀 각 13년, 8년에서 8년, 5년으로 단축했던 2021년 이후 4년 만의 변화다.

A 씨는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초모 인원도 부족하고 군인들이 사회주의 건설에 많이 동원되면서 군대가 부족하다고 해요. 요즘 자식 한 명만 낳고, 아들보다 딸을 선호해서 더 모자란 것 같아요.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

B 씨는 입대 인원이 모자란 상황에 대해서 전했다.

“올해는 초모를 5월 중순까지 진행하는데, 군대 갈만한 대상들을 모두 뽑아 간다고 해요. 선발된 인원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무조건 군대에 보낸다고 해요”

그러면서 B 씨는 초모기간이 예년과 달리 5월까지 연장된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5월까지 연장된 건 대학, 전문학교 추천받아 시험 본 학생들 중에 불합격된 대상들도 모두 군대에 보내기 위해서라고 해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서 초모생 중에 여자가 40% 넘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여성 초모생에 대해서 A 씨도 언급했다.

“군대 보내는 부모 중에 우리 동네는 아들보다 딸 가진 부모가 더 많아요. 군 기피자들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엄중하게 처벌한다고 대놓고 통보하고 있어요”

◆ 인원 부족에도 탈북자 가족은 입대 제외

B 씨는 입대자 부족에 당국이 기존에 신체검사에서 병이 발견된 인원에 대해서도 재검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시동원부에서 한 명도 빠짐없이 군대에 보낸다고 병력서 같은 것들을 다시 조사하고 재검사를 하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탈북자 가족,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가족 등은 초모에서 제외시키고 있다고 B 씨는 전했다.

“초모생이 부족해도 처단자가족, 정치범수용소 간 사람 가족들, 탈북자 가족들을 제외시키고 있어요”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2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이름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표한 바 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번의 군 복무기간 연장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