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 도둑 및 국경 감시를 위해 지어진 감시 초소. 민간 무력인 '적위대'의 농장원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이 식량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농업 정책이 오히려 ‘통제강화’로 이어져 농민들의 의욕을 떨어트리고 있다. 모든 식량은 국영인 ‘량곡판매소’에서만 거래해야 하고, 농민 개인 간 거래는 ‘반동’ 취급을 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현장에 도입되었던 정책의 철회와 이에 따른 혼란도 감지되고 있다. (전성준 / 강지원)

<북한특집>김정은이 시도하는 농정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1) 농장에서 '협동'이 사라졌다 농업 관련 법규 대폭 손질

◆ 농민 개인이 식량 거래하면 반동 취급

북한은 새로운 농업 정책을 현장에 도입하면서 식량 유통의 강력한 통제를 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3월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 B 씨는 주변 농촌을 조사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쌀과 옥수수는 량곡판매소에서만 거래하고, 혹시 개인이 보유한 게 있다고 해도 량곡판매소에서만 위탁 판매하라는 요구예요. (농민의)개인 거래는 불법이고, 걸리면 회수되고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량곡판매소는 국가가 운영하는 식량전매점이다. 이러한 통제의 배경에는 개인 간의 식량 거래를 금지하고 모든 양곡의 유통을 철저히 국가의 통제 하에 두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에 접어들면서 그 강도는 더욱 엄격해졌다.

2024년 9월 함경북도의 농장원 A 씨는, 작년(2023년)까지만 해도 도시주민이 춘궁기에 농촌에 돈을 빌려주고, 가을에 식량으로 받는 관행이 유지됐지만 올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을 되면서 농촌에서 반출되는 식량은 도적물건 취급하고, 개인 거래에 대해 거의 반동 취급하고 있어요. 농장에 군인 초소, 적위대 초소까지 두 겹, 세 겹으로 세우고 개인 식량 유통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어요”

적위대는 북한의 민간 예비군 조직으로, 이들과 정규군을 동원해 농촌 지역에서 식량이 빠져나가는 것을 강력히 통제함으로써 오직 국가에 의해서만 식량을 유통한다는 유통 방침을 더 철저히 실현하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 영농자재 개인 거래도 금지

식량뿐 아니라 영농자재의 개인 거래 역시 엄격한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2024년 6월 B 씨는 농장에 공급된 비료, 농약 등 영농자재의 개인 간 매매가 철저히 단속되었다며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개인들이 텃밭에 비료 한줌 사서 뿌리는 게 어려워졌어요. 개인의 영농자재 거래는 금지되고, 간혹 판매한다고 해도 판매 출처 등을 밝히지 않으면 회수돼요”

농장 생산에 투입되는 영농물자가 개인의 손으로 흘러들어가고, 그로 인해 농장의 생산량이 저하되어 결국 국가 계획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악순환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