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내부문서 유출 방지'에 관련 내부문서. 2020 년 3 월에 작성.

과거 북한 정권은 아시아프레스를 비롯한 외부 언론이 내부 자료를 입수 및 공개하는 것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내부 비밀 유출을 통제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해 왔다. 최근 아시아프레스는 '비밀 유출 방지'를 위해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작성한 문건을 입수했다.

김정은 정권의 내부 비밀 통제 정책과 그 일환으로 추진 중인 전자문서화 추세에 대해, 입수한 내부문서와 최신 내부조사 결과에 근거해 2회에 걸쳐서 보고한다. (전성준 / 강지원)

◆ 비밀 유출 방지를 지시한 문서도 유출

비밀 유출 방지에 관해 기록한 문서마저 유출되어 세상에 발표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프레스가 한 탈북자를 통해 입수한 「학습제강배포와 보관, 취급 및 회수 처리와 관련한 포치안」 이라는 제목의 문서는 약 5년 전 발표된 것으로, 문서 관리의 내부 규정을 담은 2페이지 분량의 문건이다.

문서에는 일련번호와 함께 '2020년 3월 28일에 발송, 4월 28일 회수' 라는 날짜가 표기되어 있다.

세부 사항을 하나씩 살펴 보자.

◆ 강연자료 회수와 대장 정리, 엄격히 지시

각급 당조직에 강연자료 배포 및 회수 처리대장을 정확하게 정리할 것을 지시하면서 '사업을 바로하지 못하면 적들에게 넘어가 우리 제도를 헐뜯는 데 리용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시아프레스를 비롯한 한국과 일본의 언론은 각자의 루트를 통해 북한의 내부문서를 입수해 꾸준히 공개해 왔다.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제강'부터 당이나 군의 주요 간부만 접근 가능한 비밀문서까지 각종 문건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은 문서에 일련번호를 붙이거나 사용한 자료는 다시 회수하는 등 유출 방지에 골몰해 왔다.

이번에 입수한 문건도 그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건에는 '학습제강을 강의가 끝나는 차제로 빠짐없이 회수하여 보관하였다가 10일 안에 해당한 절차대로 처리하도록 할것'이라는 문서 관리 규정도 명시되어 있다.

위와 동일한 문서. 문서의 배포 및 회수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었다.

◆ 웹으로 받은 자료도 회수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 국내용 인트라넷을 통해 배포된 자료도 문건 회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특히 콤퓨터망을 통하여 정치국으로부터 배포받은 학습제강들과 여러가지 교양자료들도 건당 대조하면서 빠짐없이 회수처리시키도록 하겠다'

이와 같은 지침은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당국의 통제가 종이문서뿐 아니라 전자자료에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취급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자료를 절대 넘겨주지 말라' 라는 지시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최소화하고, 정보 유출의 책임자를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