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도 인터넷이 없는 북한은 국내 인트라넷을 꾸준히 발전시키면서 주민 통제와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내부용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개인용 PC를 통해 사용해 왔다. 사진은 2021년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북한의 태블릿 PC ‘룡악산’ (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김정은 정권의 골칫거리, 내부문서 유출... 전자화로 대처 (1) '비밀 유출 방지' 지시 문건 입수 공개

북한 정권이 '나팔수'라는 선전선동 전용 PC 플랫폼을 통해 선전 문서를 전면 전자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최근 이 플랫폼을 통해 기관별 맞춤 자료가 배포되고 있으며, 종이 문서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정보 유출을 막고 관리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성준 / 강지원)

◆ 전자화 되는 선동 방식, 종이 자료는 보기 어려워

2010년대 초반까지 주로 실물 형태로 국경을 넘어 해외 언론에 공개되던 북한 내부문서는 점차 내부문서를 촬영한 사진의 형태로 전송 및 유출되었다. 하지만 최근 당국의 정책으로 인해 전자문서로 배포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 여성 취재협력자는 지난 5월 중순, 최근 변화된 선전선동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지금은 종이로 된 강연자료는 보기가 힘들어요. 기업소 인트라넷(에 연결된) 콤퓨터를 통해 강연자료들이 내려오고 있어요. 위대성 학습, 정세강연, 비사회주의 비판 자료들이 매일 독보시간에 사용돼요”

※ 세포는 북한에서 노동당의 말단 조직을 이르는 말로, 개별적 당원들을 직접적으로 조직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 독보는 학교나 일터에서 아침마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노동신문이나 현행 당정책을 구성원들에게 읽어주는 북한 특유의 선전 방식으로, 주로 세포비서나 각 단위(조직)마다 있는 선동원이 담당한다.

◆ ‘나팔수’는 무엇인가?

중앙에서 제작된 맞춤형 자료는 ‘나팔수’라는 PC 플랫폼을 통해 각 기관으로 전송되는데, 이 플랫폼으로의 접근권은 선전선동 인원에 한정된다고 협력자는 설명했다.

“(플랫폼을)‘나팔수’라고 부르는데, 세포비서, 선동원들만 접속할 수 있고, 휴대용 콤퓨터(노트북)를 이용해 볼 수 있어요”

나팔수는 북한에서 당국의 사상과 의도를 대중에 알리고 관철하기 위해 동원하는 선전선동 기관 및 그 종사자를 이르는 관용어다. 김정은 정권이 해당 플랫폼을 ‘나팔수’로 명명한 이유일 것이다.

◆ 종이 인쇄물은 회수까지 보고

출판물 유통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A 씨는 노동신문 말고는 거의 인쇄물을 접하기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잡지들도 점점 없어지고, 종이 낭비라고 해서 (문서들은) 컴퓨터로 처리되고 있어요. 인쇄소에서도 인쇄물에 대한 회수 정형을 보고하는 체계를 만들었어요”

어떤 문서든 일단 인쇄하면, 사용 후에는 반드시 해당 인쇄소에서 회수해서 폐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협력자는 특히 국경 지역이어서 통제 강도가 높은 편이라며 “출판물에 접근하는 사람도 정해져 있고, (관리가 엄격해져서)예전처럼 선전부 간부 집에 가서 (폐기된 문서를) 휴지로 얻어 쓰는 일도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 여맹 학습도 전자화... 간부 대상 정기 컴퓨터 교육도

이 같은 변화는 단지 문서 전달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여맹(여성동맹)을 포함한 각종 조직의 학습 방식 및 간부 대상 디지털 역량 교육에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여맹도 올해 강연을 다 그런 식으로 했고, 학습회 자료들도 종이로 들고 다니는 게 거의 없어요. 간부들 대상으로는 정기적으로 콤퓨터 교육을 주고 있어요.”

※ 여맹 :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의 준말로 주로 직장에 적이 없는 주부로 구성된다.

이런 추세는 특정 분야의 전자화 추세를 넘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정보가 외부 세계에 노출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감시와 통제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당국의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김정은 정권의 골칫거리, 내부문서 유출... 전자화로 대처 (1) '비밀 유출 방지' 지시 문건 입수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