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악감과 부끄러움
내가 머물던 도시의 사람들과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문득 내 마음에 작용하는 엄청나게 큰 하나의 힘을 감지했다. 그것은 부끄러움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그것이 두려움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두려워했다. 취재 중 중국 공안의 미행과 감시카메라를 피해 사진을 찍는 순간마다 등골에선 땀이 흘렀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남겨두고 홀로 떠난 자의 죄책감과 동포들을 위해 할 게 많지 않은 무력감에서 빚어진 부끄러움은 두려움보다 훨씬 더 큰 두려움이 되었고, 내가 누리는 ‘풍요’와 ‘자유’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 일상을 짓누르는 감정의 본질이 되었다.

나를 이곳에 쉽게 오지 못하게 했던 것도, 이번 탐방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도 바로 마음속에 감싸져 있던 그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었다. 그 인식이 지난 10년간 서서히 말라버린 내 마음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쳐드는 것이었다. 거기서 움튼 파릇한 슬픔은 마음 언저리에 이슬처럼 매달렸다가 강물 위로 뚤렁 떨어졌다. 압록강은 슬픔의 색깔이었다.(전성준)
※사진은 모두 2024년 10월 홍마리와 전성준이 중국 측에서 촬영.
※『주간 금요일』 2025년 4월 4일지에 게재한 기사를 가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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