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러시아에 보내진 것을 모른다". 2025년 1월 초순에 우크라이나군에게 포로로 잡힌 병사(19세로 추정)는, 심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영상에서 인용.

5월 초, 북한 당국이 주민을 대상으로 세계 정세에 관한 강연을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러시아 인민의 애국적인 전쟁"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10월경부터 비밀리에 자국 병사를 러시아에 파병해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참가시켰으나 4월 하순에야 처음으로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정세 강연'은 러시아와의 급속한 관계 심화의 의의를 선전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강연에 참가한 협력자가 전해 왔다. (홍마리 / 강지원)

◆ 노동당 선전부의 '정세 강연'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정세 강연은 5월 7일에 열렸다.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해서인지, 오랜만에 세계 정세에 관한 강연이 있었다. 여성동맹원들을 모아놓고 양강도 당 선전부 간부가 직접 말했다. 주제는 '우방국과의 친선협력 관계가 왜 중요한가'였다"라고 협력자는 말했다.

※ 여성동맹 : 정식 명칭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주로 직장에 적이 없는 주부로 구성된다.

◆ "김정은 원수님은 세계 정세를 쥐락펴락한다"

(참고사진) 2013년 여름에 촬영된, 김정은의 위대성을 기리는 여성동맹 집회 모습 (아시아프레스)

협력자가 전한 강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 러시아에 위협을 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러시아 인민의 애국적인 전쟁이다.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을 짓부시기 위해, 러시아, 중국, 발전도상나라가 반기를 들고 있다. 현정세를 사전에 꿰뚫어 보신 분(김정은)이 진두에 서서 세계 정세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혁명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자립, 자주의 원칙에 근거해 우방국과의 친선 협조관계를 잘 형성해야 한다.

―지금, 미국과 일본, 한국이 정세를 이용하여 무기를 팔아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강연에서는, 북한군의 참전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 "병사가 많이 죽어서 강연하나" 반응도

강연에 동원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협력자는, "외부 정보를 들을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들었다. 김정은 원수님의 탁월한 령도로 우리 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감탄하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우리 병사가 많이 죽었으니 참전 이유를 설명하려고 강연한 것 아니냐'고 지인끼리 몰래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러시아 파병은 공표, 대량 전사상자 발생은 은폐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1만 5천여 명을 러시아에 파병, 사망자 600여 명을 포함해 47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파병에 관해 침묵을 지켜오다 4월 28일 관영미디어를 통해 참전 사실을 밝혔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6월 북러 간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라 김정은이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김정은의 '정의를 위해 싸운 그들은 모두가 영웅들이며 조국의 명예의 대표자들이다', '참전용사들의 가족들을 특별히 우대하고 보살피기 위한 중요한 국가적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발언도 전했다.

◆ '정세 강연'의 목적은?

북한 정권은 향후, 파견 병사 중 사상자가 나왔음을 어느 정도 공표할 것이다. 이번 '정세 강연'의 목적은, 자국 방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지역의 전쟁에 가담했다가 희생자가 나온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과 한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밀착을 계속하겠다는 대외노선을 국내에 선전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덧붙여, 아시아프레스는 현시점에서 같은 내용의 '정세 강연'이 타 지역이나 타 조직에서 이뤄졌다는 정보는 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용으로 볼 때 특정 지역, 특정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고, 광범위하게 일제히 행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