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중 국경 도시인 량강도 혜산시에서 실종자가 잇따르자, 당국은 탈북을 의심해 비상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맞은편의 중국 길림성 장백현에는 말이 통하는 조선족이 많고, 강폭도 좁다는 유리한 조건 덕분에 탈북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엄격한 통제로 인해 중국으로의 월경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종자가 잇따르고 있고, 중국으로의 탈출이 의심되고 있다고 한다. 혜산에 거주하는 협력자가 6월 초 전했다. (홍마리 / 강지원)
◆ 발견되지 않는 실종자들

취재협력자는 최근 실종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동에서는 5월 말, 20살과 26살 여성이 동원에 간다고 집을 나선 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6월 1일에는 혜산광산의 노동자인 35살 제대군인이 행방불명됐다. 6월 3일에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여성이 아침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총동원되어 찾아다니는 모습을 봤다"
아직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은 각 지구에 설치된, 인민반이 관리하는 경비초소(검문소)를 통해 주민의 출입을 엄격히 확인하고 있다.
※ 인민반은 말단 행정조직으로, 일반적으로 20~30세대, 약 60~80명 정도로 구성된다.
"여기(혜산)에서 행방불명이라는 말은, 살인 사건이 아닌 이상 중국으로 갔다는 말과 거의 같다. 이번 달 3일에는 인민반회의에서 경비초소 운영을 강화하라는 통달이 있었다. 담당 보안원(경찰)이 매일 초소를 방문해 출입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인민반장은 (인민반이 관할하는 거주 지역에)출입하는 사람을 하루 두 번 이상 확인하여 담당 보안원에게 보고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 세대주가 (직장에서)돌아왔는지를 묻고 다닌다"
◆ 강변 이동과 '위험인물'을 특별 주시
양강도에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국경인 압록강 변에 철도가 놓여 있다. 혜산보다 상류로 가면 강폭이 더 좁아지고 사람들의 눈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당국은 압록강 변의 이동을 특별히 주시하고 있다.
"6월 2일부터 (상류인)보천군으로 향하는 터널에 안전국이 임시 초소를 설치하고, 보천 주민 이외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하류인)고읍 방면에도 초소가 생겨서 오가는 게 번거로워졌다"
또한, 보위부(비밀경찰)와 안전부에서는 직장을 결근하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험인물’로 분류해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국과 보위국에서 인민반과 공장, 기업소를 돌며 '위험인물'을 재조사하고 있다. 인민반장에 따르면, '위험인물'로 분류된 사람이 우리 인민반만 해도 14명이나 있다고 한다. '위험인물'에 대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보고하는 체계인 것 같다. 나도 이번에 다른 지역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위험인물'에 포함되었다고 인민반장이 알려주었다"
◆ 중국 측에서도 통달 "탈북자를 신고하라"
한편, 혜산의 맞은편인 중국 장백현에서도, 북한에서 넘어오는 자를 주의하라는 통달이 있었다고 한다.
장백현에 거주하는 협력자는 "5월 중순부터, 조선에서 강을 넘어온 사람을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통달이 있었다. (중국에는)감시 카메라가 많아서 산속을 이동하지 않는 한 붙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연간 1,000명 이상의 탈북자가 한국에 입국했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수십 명에서 200명 정도로 줄었다. 또한 대부분은 오래전에 북한을 떠나 중국 등지에 장기 체류했던 사람들이며, 팬데믹 이후에 탈북한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혜산에서 행방불명된 사람이 북한 탈출을 목표로 했다면, 한국이나 일본 등 안전한 지역으로 향해 최신 북한 실태를 전해주길 바랄 뿐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