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아이에게 수유하면서 거리에서 장사하는 여성. 햇볕에 타는 것이 싫은 모양인지, 우산을 쓰고 화장을 하고 있다. 2007년 7월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량강도 김형직군에서 5월 15일, 암암리에 낙태 수술을 시행한 혐의로 50대 여성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각한 저출산이 진행 중인 북한에서는 낙태 행위가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간주되어 엄격한 단속과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낙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는 여성 취재협력자가, 5월 중순 전해왔다. (홍마리 / 강지원)

◆임신 2개월까지라면 19,000원으로 불법 수술

취재협력자가 전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5월 15일, 낙태 수술을 시행한 산부인과 조산원 출신 50대 여성이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외곽 지역의 한 개인집에서 조용히 수술을 했는데, 수술을 받은 환자가 과다 출혈로 병원에 실려가면서 발각됐다는 것이다”

체포된 여성은, 임신 2개월까지는 100위안(한화 약 19,000원), 6개월까지는 300위안(약 56,000원)의 비용으로 낙태 수술을 해주고 있었다고 한다. 국영기업 일반 노동자의 월 노임 수준이 3만 5천 북한 원(약 1740원)~5만 북한 원(약 2486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고액의 수술비다. 그런데도 체포된 여성은 하루 최대 4명까지 수술을 했다고 하니, 불법 낙태 수술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엿볼 수 있다.
※ 북한 1,000원 = 약 50원 (5월 말 기준 환율)

협력자는 "당국은 낙태를 반동 행위로 간주하며, 수술을 받은 사람 전원을 조사해 무조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한다. 총살까지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출산하면 쌀 5kg 지급… 빈약한 출산 장려책에 "어떻게 키우라는 거냐"

아이를 낳을지 말지, 그리고 중절할지 말지는 여성 자신에게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왜 '불법' 행위가 되는 걸까?

북한 당국은 2023년 12월 평양에서 '어머니대회'를 개최한 이후, "모든 어머니가 아이를 많이 낳고 기르는 것이 애국"이라며 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선전해 왔다. 여성이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어떻게든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도 낙태 행위는 엄격한 단속 대상이었지만, '어머니대회' 이후로는 더욱 엄중해졌다. 앞서 언급한 체포된 여성도 혜산시 내에서는 단속이 심하기 때문에, 시 외곽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몰래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을 받았다고 한다.

협력자는 당국의 정책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대회' 이후, 당에서는 아동 지원, 식량 지원, 기저귀 지원 등 여러 제도를 만들었지만, 그것만으로 어떻게 아이를 키우란 말인가? 아이를 낳으면 동사무소에서 쌀 5kg과 옥수수 10kg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아이를 키우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