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변에서 목욕하고 빨래하는 젊은 병사들. 모두 말랐다. 2017년 7월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쪽에서 촬영(이시마루 지로)

북한의 농촌동원에 기업소나 여맹 등 민간이 대규모로 동원되던 기존의 관행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 군인의 농촌동원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업과 농장의 자율성이 강화됨에 따라 과거에는 무료였던 농촌동원자의 임금을 농장이 지급하게 되어 농장의 부담이 커지자, 이를 최소화하면서 농업생산력도 유지하려는 당국의 의도가 작용한 정책으로 보인다. (전성준 / 강지원)

◆ “군대가 도움이 많이 된다” 반색하는 농장

양강도 고읍농장에서 근무하는 농장원 지인을 통해 8월 초 입수한 정보를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농촌에 기업소나 여맹 같은 일반 단위들이 동원되지 않고 군대들이 많이 나가요. 2개 소대 또는 1개 중대 규모(60~100명) 정도가 주둔지에서 농장을 배정받아서 매일 같이 나온다고 해요.

고읍농장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군대들이 정기적으로 나오면서 도움이 많이 되는데 김매기, 포전관리, 비탈밭 공사, 수로 공사 같은 농장에서 장정들이 필요한 일들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어요"

※ 여맹 : 정식 명칭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주로 직장에 적이 없는 주부로 구성된다.

농장 측은 군인의 지원을 환영한다고 한다.

협력자는 “기업소들은 동원 나가면 로임 문제도 있고 해서 농장에서는 군대들이 나오는 걸 좋아하는데, 농장원들은 군대들이 정기적으로 나오면서 일이 수월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기업에서 지원자가 나오면 그들에게 노임을 지급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는데, 그것이 농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공짜 노동력인 군대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함경북도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국가적인 정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병사가 염소를 훔친 사건 발생… 군민관계에 당국은 촉각

(참고사진) 훔친 옥수수를 굽기 위해 불을 지피는, 야윈 모습의 병사들. 신병의 상당수가 입대 후 영양실조에 걸린다고 한다. 2008년 9월, 평양시 교외에서 촬영 장정길(아시아프레스)

협력자의 설명에 따르면, 군인이 농촌에 동원되는 횟수는 상당하다.

협력자는 “주둔 지역에 따라 이틀에 한 번씩 교대제로 나오도록 시간표를 만들어 놨는데 경계근무 성원을 제외하고는 다 나온다고 해요. 주로 군부대 주변 농장에 군인을 파견하는데, 거리가 멀면 이동수단을 농장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군 당국은 이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군민관계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민관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를 심하게 하는데 군대들이 (식량이)제대로 공급이 안돼서 그런지 다들 허약한 상태라고 해요. 농장에서는 중간에 간식으로 국수나 감자를 준다고 해요”

협력자는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부대 간부도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한다며 얼마 전 있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농장에서 염소가 도난당했는데 군인들이 도적질한 게 판명되자 국경경비여단에서 직접 나서 (농장에)더 좋은 염소를 가져다주는 일도 있었어요”

군대가 농촌에 일상적으로 동원되는 모습은 본격적인 경제 개편을 추진하고 경제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최근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부의 농장에서 확인된 이러한 행태가 전국적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취재가 필요하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