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2021년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북한 태블릿 PC '룡악산'. 인터넷이 없는 북한에서는 국내 인트라넷을 발전시켜 왔다.

북한 노동당과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중국산 PC를 국산품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 바이러스의 만연과 기밀정보의 유출이 그 배경으로 추측된다. 이미 도입한 기관에서는 '성능은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함경북도 A 시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홍마리 / 강지원)

◆'질 좋다'는 평판, 주요 기관부터 도입

노동당원인 이 취재협력자는, A 시 인민위원회(지방정부)의 계획국 담당자에게서 들은 내용을 7월 후반에 전했다. 당과 행정기관 대상으로 5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주류였던 중국산 PC를 국산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산 부품을 써서 평성전자제품공장에서 제조한 새 콤퓨터가, 인민위원회와 함걍북도 당 기관에 10여 대씩 도입됐다. 질이 좋다는 평가다"

협력자는 "바이러스가 만연해 당과 행정기관 콤퓨터에 자주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도입이 결정됐다"라며 교체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선 주요 기관에 설치하고, 다른 조직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설치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지문 인식, 독자 OS '붉은별'... 최신 기능 장비

그런데, 이 새로운 국산 PC는 어떤 구조일까? 랩톱 컴퓨터 같은 일체형이 아니라 모니터와 본체가 독립된 기기라고 한다.

협력자는 보안에 관해, "암호를 설정해 본인 외에는 콤퓨터를 조작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외부인이 게임이나 다른 용도로 일절 사용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안전국(경찰)과 보위국(비밀경찰)의 콤퓨터는 지문 인증 기능까지 장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탑재된 OS(운영체제)는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붉은별’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중국에서 수입된 ‘윈도우’ 탑재 컴퓨터가 90년대부터 관민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되어 왔다. ‘붉은별’은 무료로 공개된 해외 OS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북한이 2010년 전후부터 독자 개발해 온 운영체제다. 국산 컴퓨터로의 전환은 디지털 인프라의 해외 의존에서 벗어나 시스템 전체의 보안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적으로 PC는 USB와 SD카드 등 외장 기억 장치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외장 기억 장치는 기밀성이 높은 정보가 국내외로 유출되는 대표적 경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협력자는 "새 콤퓨터에는 USB나 SD카드를 꽂을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방패프로그램'(이라 불리는 보안 소프트웨어)이 없으면, 자료를 복제하거나 이동할 수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컴퓨터 내부를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도록 나사 부분이 모두 봉인돼 있다고 한다. 기기의 개조나 바이러스 감염, 정보 확산을 철저히 경계하는 자세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