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수수 수확기를 맞이한 북한 북부 지역 농촌에서 농작물 도둑질과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예년 이상으로 엄격한 경비 체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의 한 농장에서는 군대가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찰이 마을을 순찰하는 한편, 1인 당 월 20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해 농장이 독자적으로 자경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양강도에서는 밭에서 옥수수를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해 도시 주민의 농촌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한다. (홍마리 / 강지원)
◆ 일반 노동자의 4, 5배 보수 수준
북부 지역에서는 보통 9월 9일 건국기념일이 지나면 옥수수 수확이 시작된다. 수확 직전인 지금, 각지 농장이 농작물 도난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함경북도 취재협력자인 농장원 A 씨는, 올해는 예년 이상으로 경계가 엄중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농장이 독자적으로 10명 정도의 이동 경비대를 조직하고 있다. 농장원 중에서 제대군인 등을 선발해 월 20만 원(한화 약 10,800원)을 지급하는데, 재원은 농장 자체 예산이다"
현재 국영기업의 일반 노동자 한 달 노임 수준은 3만 5,000원(약 1,900원)~5만 원(약 2700원) 정도이므로, 경비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다.
※ 북한의 1,000원 = 한화 약 52.6원 (8월 말 현재) 환율로 계산.
농장이 독자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한다는 움직임은,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는 농업 정책 개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몇 년 전부터 농장에 자율적인 경영이 요구되면서 국가 관여가 줄고 농장의 재량이 확대됐다. 밭이나 창고에서 수확물이 도난당하는 손해보다, 자기 돈으로 자경 조직을 만드는 편이 이익에 적합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 도둑질이 발생하면 7,000원 감급
하지만, 이 자경 조직은 고액 보수를 받는 한편으로 책임도 생긴다.
A 씨는 "만일 담당 구역이 도둑맞으면 7,000원씩 보수에서 깎인다. 그 때문에 밤에도 교대로 경비를 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자경단 이외에도 "군대가 도로를 감시하고 안전국(경찰)에서는 기동대도 출동했다"며, 철저한 경비 체제가 깔렸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예년보다 도둑 걱정은 적지만 도시에서 산을 넘어 침입하는 일도 있어서 안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 경비원 묶고 옥수수 도둑질
혜산시에 사는 협력자 B 씨는, 수확기 훨씬 전인 7월 하순부터 경계가 엄중해졌다고 전했다.
"7월 21일 고읍 농장에서 아직 여물지도 않은 푸른 옥수수가 강탈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칼을 가진 남자 세 명이 밭을 경비하던 사람을 묶고 훔쳐 달아났다.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힘든 사람의 범행인 듯하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인민반에서 7월 19~23일 사이에 지구(地區)에서 나온 주민을 조사했다. 우리 지구도 안전국이 조사했다"
※ 인민반: 말단 행정조직으로 통상 20~30세대, 60~8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삼지연시에서도 "아직 새알만한 감자를 훔친 사건이 있었다. 이후부터 밭에 사람이 일절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B 씨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