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주민의 작물 도둑질과 국경 감시를 위해 만든 '감시대'. 민간 무력인 '노농적위대'의 농장원으로 보인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옥수수 수확기를 맞이한 북한 북부 지역 농촌에서 농작물 도둑질과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예년 이상으로 엄격한 경비 체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의 한 농장에서는 군대가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찰이 마을을 순찰하는 한편, 1인 당 월 20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해 농장이 독자적으로 자경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양강도에서는 밭에서 옥수수를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해 도시 주민의 농촌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한다. (홍마리 / 강지원)

◆ 일반 노동자의 4, 5배 보수 수준

북부 지역에서는 보통 9월 9일 건국기념일이 지나면 옥수수 수확이 시작된다. 수확 직전인 지금, 각지 농장이 농작물 도난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함경북도 취재협력자인 농장원 A 씨는, 올해는 예년 이상으로 경계가 엄중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농장이 독자적으로 10명 정도의 이동 경비대를 조직하고 있다. 농장원 중에서 제대군인 등을 선발해 월 20만 원(한화 약 10,800원)을 지급하는데, 재원은 농장 자체 예산이다"

현재 국영기업의 일반 노동자 한 달 노임 수준은 3만 5,000원(약 1,900원)~5만 원(약 2700원) 정도이므로, 경비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다.

※ 북한의 1,000원 = 한화 약 52.6원 (8월 말 현재) 환율로 계산.

농장이 독자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한다는 움직임은,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는 농업 정책 개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몇 년 전부터 농장에 자율적인 경영이 요구되면서 국가 관여가 줄고 농장의 재량이 확대됐다. 밭이나 창고에서 수확물이 도난당하는 손해보다, 자기 돈으로 자경 조직을 만드는 편이 이익에 적합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밭에서 옥수수를 군인에게 인도하는 듯한 모습이다. 저울로 수확량을 측정하는 모양새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도둑질이 발생하면 7,000원 감급

하지만, 이 자경 조직은 고액 보수를 받는 한편으로 책임도 생긴다.

A 씨는 "만일 담당 구역이 도둑맞으면 7,000원씩 보수에서 깎인다. 그 때문에 밤에도 교대로 경비를 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자경단 이외에도 "군대가 도로를 감시하고 안전국(경찰)에서는 기동대도 출동했다"며, 철저한 경비 체제가 깔렸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예년보다 도둑 걱정은 적지만 도시에서 산을 넘어 침입하는 일도 있어서 안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 경비원 묶고 옥수수 도둑질

혜산시에 사는 협력자 B 씨는, 수확기 훨씬 전인 7월 하순부터 경계가 엄중해졌다고 전했다.

"7월 21일 고읍 농장에서 아직 여물지도 않은 푸른 옥수수가 강탈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칼을 가진 남자 세 명이 밭을 경비하던 사람을 묶고 훔쳐 달아났다.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힘든 사람의 범행인 듯하다. 이 사건이 벌어지고, 인민반에서 7월 19~23일 사이에 지구(地區)에서 나온 주민을 조사했다. 우리 지구도 안전국이 조사했다"

※ 인민반: 말단 행정조직으로 통상 20~30세대, 60~8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삼지연시에서도 "아직 새알만한 감자를 훔친 사건이 있었다. 이후부터 밭에 사람이 일절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B 씨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