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들의 탄생

영웅 만들기와 관련한 북한의 선전선동 기법에서 또 하나의 주목할 것은 북한 매체가 전사자에 부여한 호칭이다. 김정은은 8월 29일, 목란관에서 열린 전사자 유가족 위로행사에서 러시아 파병 전사자를 ‘별’이라고 추켜세우며 그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평양에 만들어지는 새 거리의 이름을 ‘새별거리’로 명명한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에서 ‘별’은 주로 김일성, 김정일을 지칭하는 전유물이었다. ‘조선의 별’, ‘광명성’ 등의 표현에서 보듯 별은 최고지도자를 칭하는 단어였다. 파병 전사자에게 ‘별’이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것은 그들의 지위를 지상에서 단숨에 하늘로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행위인 것이다.

러시아 파병 장병들을 위한 축하 공연에서 한 장면. 2025년 8월 22일자 조선중앙 TV에서 캡쳐

◆ 눈물을 적극적 활용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항상 눈물이 등장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적 동조를 일으킨다. 카메라는 과도할 정도로 자주 김정은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잡았다. 다시 카메라는 흐느끼는 장병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유가족이(진위 불명) 오열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감정의 증폭 효과를 최대화한다.

이 모든 것은 북한 프로파간다 수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러시아 파병 사실을 숨기려 했던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고발과 규탄 이 빗발치고 북한 내부에도 파병 소문이 퍼진 이후에야 비로소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이제 북한 당국은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는지도 모른 채 고국을 떠난 수백 수천의 젊은이들의 죽음을 어떻게든 설명해야 한다.

북한 사회에 갑자기 등장한 '파병 영웅' 드라마는 북한 정권이 직면한 이 ‘난제’를 정교한 프로파간다를 통해 해결하려는 불순한 시도이다.

보다 위험한 것은 그렇게 만들어낸 ‘파병 영웅’을 모델 삼아 더 많은 광신적 ‘영웅’을 양산해 낸다는 점이다.

다음 회에서는 북한의 교육 시스템과 세뇌 메커니즘을 통해 국가가 만들어낸 영웅상이 어떻게 주민의 의식 속에 뿌리내리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계속 2 >>)

러시아 파병 북한군은 누구일까? '폭풍군단' 출신 기자가 분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