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용서하시라」. 북한 고급중학교 3학년 『국어문학』 교과서 인용(2015년 발행)

◆ 교과서 속에 강요된 영웅주의

아시아프레스는 2016년 6월 김정은 정권 들어 처음으로 발행된 교과서 75권을 입수한 바 있다. 그 중 고급중학교(고등학교) 3학년 『국어문학』 교과서에는 두 편의 시가 나란히 실려 있다.

첫번째 시 「용서하시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부분에서는 군대에 간 아들이 어머니와 선생님에게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다. 다음 부분은 만약 자신이 원수(한국, 미국)와 싸움에 비겁할 때에는 용서치 말라는 내용으로 이어지며, 마지막 부분은 자기는 어머니의 아들 답게 용맹하게 싸울 것이고, 만약 그 길에서 죽는다 해도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내용이다.

두번째 시 「어머니의 당부」는 반대로 어머니가 군대에 간 아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았다.

도입부는 자식을 키우던 지난날의 추억과 함께 군에 가 있는 아들을 그리며 걱정하는 마음으로 운을 뗀다. 하지만 다음 부분에서 어머니는 자신이 아들을 조국에 바쳤다고 말하며, 그렇기에 조국의 명령에 충실해야 한다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고향은 너를 반기지 않을 거라며 집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수령이 기억하고 당이 이름 불러주는 영웅의 어머니가 된다면 걱정으로 희어졌던 자신의 머리가 다시 검어질 거라며 그때는 내가 이 아들의 어머니라고 세상에 자랑하겠다며 마무리한다.

두 시는 모두 국가를 위해 개인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을 숭고한 가치로 미화하며, 학생들로 하여금 왜곡된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내면화 하도록 한다.

시 「어머니의 당부」 중 일부. 북한 고급중학교 3학년 『국어문학』 교과서 인용(2015년 발행)

◆ 죽어도 정치적 생명은 영원하다… 영생욕망을 자극하는 이론 교육

북한의 영웅주의 프로파간다가 더욱 위험한 이유는 감정적 호소를 넘어 '정치적생명체론'이라는 이론적 체계로 학생들의 이성까지 공략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인간의 생명을 육체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으로 구분하며, 수령에게 충성하여 희생한 개인은 육체적 생명이 끝나도 집단의 기억 속에서 영생하는 정치적 생명을 획득한다고 주장한다. 영생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교묘히 이용해 개인의 희생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우는 것이 김금순이다. 항일무장투쟁 시기 유격대의 아동단원이었던 9살의 김금순은 연락임무를 수행하던 중 일본경찰에 체포되었으나 끝까지 비밀을 지키고 희생되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북한에서는 매우 유명한 이야기다. 북한 당국은 김금순의 육체적 생명은 비록 10년을 넘기지 못했지만, 정치적 생명은 세대를 이어 영생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 같은 내용은 저학년부터 고학년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수준에 맞게 다양한 방법과 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주입된다. (교과서 사진)

다소 허황한 사이비 교리 같지만, 소학교부터 같은 내용을 수백 수천 번 반복적으로 듣고 자란 북한 학생들에게는 절대로 웃어 넘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