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정권이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영웅' 만들기는 북한의 교육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본 기사에서는 북한에서 교육받은 기자의 경험과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북한의 교과서 내용 분석을 중심으로, 누구나 영웅이 되기를 갈망하도록 만드는 거대한 프로파간다의 현장인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영웅주의를 세뇌시키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전성준 / 강지원)
<북한특집>젊은이들의 피로 얼룩진 ‘러시아 파병 영웅’ (1) 프로파간다로 ‘새 영웅’ 신화 창조
◆ 동심에 새겨진 일그러진 영웅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영웅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존재이다.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모델이 필요한 아이들은 영웅의 모습에서 도덕적 이상과 용기를 배우고,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려는 동기를 얻는다.
북한 정권이 악랄한 점은, 영웅을 향한 아이들의 순수한 동경을 국가체제 유지를 위한 세뇌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국가가 전형으로 내세우는 영웅들은 수령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서슴없이 희생하는 ‘자폭용사’들이다.
아이들은 “영웅동이 될래요, 영웅군대 될래요”라는 동요를 부르며 지도자를 위해 불에 타 죽고, 자폭해 죽고, 물에 뛰어들어 죽은 일그러진 영웅상에 비추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 전국민이 외우는 죽음의 찬양시
북한의 교실은 아이들에게 보다 체계적으로 영웅주의를 고취하는 핵심 장소이다. 그곳을 거쳐온 기자 본인 또한 그 피해자이다.
한국전쟁 시기 가슴으로 화점을 막고 전사했다는 18살 리수복이 자신의 수첩에 남겼다고 선전하는 시가 있다. 「리수복 영웅의 수기」로 알려진 이 시는 다음과 같다.
나는 해방된 조선의 청년이다.
생명도 귀중하다.
찬란한 내일의 희망도 귀중하다.
그러나 나의 생명, 나의 희망, 나의 행복
그것은 조국의 운명보다 귀중치 않다.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둘도 없는 목숨이지만
나의 청춘을 바치는 것처럼
그렇게 고귀한 생명, 아름다운 희망, 위대한 행복이
또 어데 있으랴!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북한에서는 유명한 이 시를 우리는 학교에 들어가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외워야 했다. 그리고 그 세뇌효과는 상당해서, 학창시절 기자 본인도 학우들과 이 시를 함께 읊으며 가슴 벅차던 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