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은행 송금 수수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북한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현금 사용이 점차 줄어들며 캐시리스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편승해 인상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 "캐시리스화 진행에 편승한 인상"이라는 비판도
김정은 정권은 2023년 말, 공무원과 기업 종업원들의 임금(급여) 지급 방식을 현금에서 카드 입금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는 직불카드와 유사한 전자결제 전용 카드로, 국영상점이나 식량 전매점인 '량곡판매소', 시장 등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또한 2024년부터는 기관 및 개인 간 송금이 가능한 인터라넷뱅킹도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은행 송금 수수료 대폭 인상은 마치 캐시리스화 흐름에 편승한 것처럼 보여,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송금 수수료는 얼마나 될까? 함경북도 취재협력자 A 씨는 10월 말, "은행 송금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서 최근 송금 수수료 최고액을 5%에서 8%로 올렸다"고 전했다.
또한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 B 씨에게 확인하자, 11월 27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전해왔다.
"원래는 금액과 관계없이 2%였지만, 점차 올라서 5%가 되었고, 최근에 또 올렸다. 송금액에 따라 다르며, 300만 원까지는 5%이고, 최고는 8%다. 은행에서는 자기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해도 잘 응해주지 않고, 카드로 입금하도록 강요합니다. 현금을 주민들에게 주면, 은행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금 수수료가 8%라는 것은 무척 높은 수준이다. A 씨는 "너무 비싸다. 나라가 돈벌이를 하려는 것이다"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B 씨는 "전자송금이 편리한 것은 사실이고 농촌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 은행이나 카드로 송금하게 되었는데, 현금을 쓰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나서 수수료를 올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 1만 북한 원은 한화 약 439원.
은행에 따라 수수료 차이가 있는지는, 아시아프레스는 확인하지 못했다.
◆ 캐시리스화로 감시 강화
한편, 캐시리스화가 진행되면서, 돈의 유통에 대한 감시가 엄격해진 것으로 보인다.
A 씨에 따르면, 양강도나 무산군, 회령시와 같은 중국과의 접경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송금할 경우, 자금의 출처를 매우 엄격하게 캐묻는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 등으로 탈북한 가족에게서 받은 돈이거나, 밀수나 탈북을 도운 대가로 얻은 불법 자금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추석에 회령에서 청진으로 은행 송금을 하던 브로커 3명이 10월 하순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여러 계좌를 나눠 사용하며 분산 송금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자금 출처 설명이 서로 모순되어 전원이 구속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송금 수수료가 오르고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지하 송금업자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A 씨는 "금액과 관계없이 1,000만 원 이상이면 약 3% 정도의 수수료로 처리해주기 때문에, 주변에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다만 발각되면 전액 몰수되므로 신중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전자결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보급되었다. 편리함과 당국의 통제 사이에서, 주민들은 동요하는 모습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