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 위기 타개와 '장롱 속 외화 흡수'

가장 큰 이유는 절박한 국가 재정이다. 현재 북한 정권은 심각한 외화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대중 무역 적자는 심화되고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시장의 돈주들은 불확실성을 우려해 달러와 위안화를 장롱 깊숙이 숨겨둔 채 지갑을 닫았다.

이에 당국은 '차량 소유'라는 매력적인 미끼를 던졌다. 자신의 차를 갖고 싶다는 부유층과 돈주들의 욕망을 자극해, 그들이 숨겨둔 외화를 지불하게 만듦으로써 '민간' 자금을 국가 금고로 환수하려는 의도다.

정책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어떨까?

양강도 혜산시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차를 운전해보고 타보고 하는 것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나 사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고 등록이나 보관에 돈이 많이 들어서 사지는 않았다. 평양이나 함흥, 청진 쪽은 돈 모아서 차를 사는 바람이 불었다고 들었다"

앞으로 개인의 차량 구매가 늘어난다면, 차량 판매 마진 뿐만 아니라 등록비, 번호판 발급비, 운행 허가비 등을 통해 국가는 지속적인 세수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국가가 개인 보유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설계한 수익 모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 '돈주' 달래기와 체제 결속

이는 또한 정치적 유화책의 성격이 짙다.

지난 몇 년간 김정은 정권은 '비사회주의’와 투쟁을 앞세워 돈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 개인의 부를 몰수하고 경제 활동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돈주 계층의 피로감과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돈주들은 국가 권력과 제도에 편승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을 터득했고, 체제 역시 이들의 자본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공생 관계가 형성됐다. 이런 맥락에서 차량 소유 허용은 그동안 억눌렸던 돈주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당근책'이자, 그들을 체제 안으로 포섭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현재 북중 국경의 대규모 차량 밀수 행렬은 중국 당국의 묵인 하에 누적된 북한 내부의 절대적 공급 부족과 개인차량 허용으로 부족한 국가재정을 확보하려는 당국의 정책 변화가 맞물려 빚어낸 결과물이다.

국가는 자금이 필요했고, 개인은 ‘내 차’에 구미가 동했다. 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북한의 도로에는 지금, 개인 소유를 상징하는 '노란색’ 번호판을 단 중국산 차량들이 늘어나고 있다. (계속 3>>)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