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최고급 전기차 브랜드인 훙치(Hongqi, 红旗)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2025년 9월 양강도 혜산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경제의 금기, 즉 생산 수단인 차량의 개인 소유를 허용하며 새로운 판을 깔아 놓았다. 눈치 빠른 돈주들은 이 판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프레스는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11월까지 북한 내부 협력자들이 보내온 보고를 토대로, 돈주가 주도하는 차량 비즈니스의 실태를 공급(유통망 장악)과 운영(물류와 운송)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분석한다. (전성준 / 강지원)

북-중 간 대대적 차량 밀수, 그 구조와 배경은? (1) 차량 밀수의 본거지 혜산 앞으로 가다

◆ 국가밀수에 개입하는 돈주도

돈주가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인 것은 차량이 들어오는 길목, 즉 공급망에서의 마진이다. 차량이 필요하지만, 대금지불 능력이 없는 국가는 돈주의 자금에 기대야 했고, 결국 군이나 공공에 필수적인 차량을 제외하고 차량 밀수의 실질적 동력은 국가의 간판을 내세운 ‘민간’자금이다.

올해 10월 중순 혜산시의 취재협력자는 차량 밀수 실태를 조사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차량 밀수를) 개인이 직접 하는 경우는 없다. 돈주가 무역회사와 결탁해서 돈을 대고 들여온다. 차량 판매 가격은 15만 위안부터 비싼 거는 50만 위안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인기 있는 건 10만 위안대 비야디(BYD) 중고차다"

1위안은 한화로 약 208원이다.

중국의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단순 비교해도 북한 내 거래 가격과 수만 위안의 차액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에 낄 수 있는 이들은 자금력과 인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돈주에 한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돈주의 수익 창출 방법이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온라인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유신 중고차(优信二手车, Youxin Second-Hand Car)에서 3만 위안 이하의 BYD 중고차 매물이 넘쳐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11월 27일 유신 중고차 사이트에서 캡쳐.

◆ 중고차 분해해 파는 기형적 부품 장사

돈주가 차량 밀수의 공급망에 뛰어든 초기,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은 부품 장사였다.

양강도 취재협력자는 지난해(2024년) 10월, 낡은 중고차를 돈주가 밀수입한 뒤 분해해서 파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에 대해 전했다.

"8월에 (평안남도)평성의 한 돈주가 중국 '비야디(BYD)' 중고 트럭을 밀수입해 분해해서 부속품으로 팔았는데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평성시 식료품공장 명의로 구입했지만 실제로는 폐차시켜 부속품을 판 것이다"

코로나19 국경 봉쇄 기간 부품 수급이 끊겨 멈춰 선 차량이 많다는 점을 노려 중국에서 폐차 직전의 중고차량을 헐값에 구매했다는 것이다. 고립된 북한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삼거리에서 택시들이 이동하는 모습. 2025년 9월 양강도 혜산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번호판 갈아 끼우기' 수법

올해 들어 점차 중고 차량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돈벌이 수법이 보고되기도 했다. 공급 과정에서 국가의 통제를 교묘한 편법으로 빠져나가는 ‘번호판 갈아 끼우기’ 수법이다.

2025년 4월 양강도 혜산시의 협력자는 그 수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국경으로 통하는 10호 초소(보위부 초소)랑 안전국 등에 뇌물을 줘서 (이미 등록된) 낡은 차의 번호판만 가지고 들어와 새로운 밀수차에 달고 나가는 방식이다. 낡은 차량은 스스로 폐차시키고 대신 새 차량이 운행되게 되는 것이다"

협력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경초소에서 통행증을 검사하다 운행기록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됐는데, 미리 뇌물을 받고 차량 통과시간에 있기로 약속했던 군인과 시간이 어긋난 것이 발각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협력자는 "모두 돈주들이 개입되었는데, 문제가 더 커질까 두려워서 미리 약(뇌물)쓰고 다닌다는데, 보통 차 한 대에 3만 위안 정도씩 벌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