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정권이 최근 연간 강력하게 추진해 온 농업개편정책의 성적표가 현지에서 확인되고 있다. 아시아프레스는 2025년 10월부터 12월 말까지 내부의 취재협력자들이 현지에서 심층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 '고난의 행군' 이후 지속되었던 농장원에 대한 분배 미달이 상당히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일한 만큼 더 가져가는 '성과관리제'가 실행되고 있어 정책에 대한 농민의 기대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성준 / 강지원)
◆ 함경북도의 두 개 농장을 현지조사
현지에서 농장을 조사한 두 명의 취재협력자 중, A 씨는 도시에 거주하며 인근 a농장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고, B 씨는 b농장원이다. 두 농장 모두 농장원이 약 500명 정도로 함경북도에서는 평균 규모로, 논보다는 옥수수 농사가 중심인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농장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북한 농업제도 이해에 필수적인 용어들을 알아보자.
과거 북한에서는 협동농장이 국가의 식량생산 계획에 따라 생산한 알곡을 정부가 국정 가격으로 수매 받아 군대와 도시 주민에게 공급하는 식으로 진행해 왔다. 배급과 로임을 받는 노동자와 달리 농사를 짓는 농민은 가을 수확이 끝날 때, 한해 동안의 '노력 공수(노동량)'에 따라 식량과 돈을 받게 되는데, 이것을 분배라고 한다.
◆ 김정은 정권의 농업개편정책은 무엇인가?
김정은 정권은 2020년대 초반부터 강력한 농업개편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 핵심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업생산량을 늘리고, 국가 주도의 식량유통독점 시스템을 복구해 쌀을 통해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 이후, 국가배급제도가 거의 무너지면서 식량 유통의 대부분은 시장이 장악하게 되었다. 그 결과 주민과 사회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약화되었는데, 이를 회복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은 정권은 협동농장을 자율적 경영체인 ‘사회주의농업기업체’(농장)로 개편하고, 국가계획 외 추가 생산분을 농장원들이 직접 배분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동시에 국가는 식량 유통을 독점해 식량 전매제를 강압적으로 도입, 개인의 소토지(개인 뙈기 밭) 경작을 엄격히 금지하는 등 강력한 식량 관리정책을 펼쳤다.
◆ 분배량 늘어, 인센티브제 도입이 효과적

조사한 두 농장 모두 올해 농사가 비교적 양호하게 진행되면서 농장원들의 평균 분배량이 전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한 농장은 최고 노력 공수(노동점수)를 받은 사람이 320kg의 분배를 받았다. 평균 분배량으로 보면 늘었다. 분조에서 두 세명은 규정분배보다 적었는데, 출근한 것만큼 받은 거다. 올봄부터 일한 것만큼 준다고 한 것이 지켜졌다.” (협조자 A)
“노력 공수를 100% 채우면 알곡 기준 분배량은 267kg이다. 여기에 성과관리제를 통해 추가로 받은 게 27~31kg 정도이다. 작업반 분조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다. 올해는 성과관리제를 통해서 분조, 작업반 별로 계획분 외 추가생산분에 대해 영농물자 구입비, 농장 운영비 등을 제하고 모두 농장원들에 나눠줬다.” (협조자 B)
※ 분조는 북한 농장에서 생산의 말단 단위이다. 통상 10명 내외의 농장원이 분조를 이루고 분조들이 모여 작업반을 구성하며, 농장은 수 개에서 수십 개의 작업반으로 이루어졌다.
◆ 국가 계획 달성… 기업대상 계약수매도 95%
농민들에게 배정된 분배량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국가가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의무수매'와 그 다음 순위인 '계약수매'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음을 의미한다. 2024년 개정된 북한 농업법에서는 농장원 분배는 계획이 완수된 뒤에 비로소 집행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의무수매는 국가가 농사를 위해 농장에 제공한 토지, 관개용수, 전력 및 영농물자 이용에 대한 경비 명목으로 가을 생산량에서 가져가는 알곡으로 국정가격에 의해 그 양이 결정되는 국가계획이다. 이렇게 확보된 식량은 군대와 공무원, 사회보장자 등의 배급으로 쓰인다.
계약수매는 농장이 주변 공장, 기업소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맺는 계약기반의 수매로 총 생산량에서 의무수매와 농장의 분배를 고려해 계획으로 정한다. 이는 기업소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배급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계획수행에 대한 현지의 긍정적인 평가를 A 씨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국가 계획량(의무수매)을 수행 못한 건 없고, 농장별로 기업소들에 계약된 식량(계약수매)을 제대로 보냈는지에 집중하는데,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95% 정도 수행했다고 본다. 이건 일반 농장원의 말이다.”

아시아프레스의 농장 조사 이래 법조문이나 문서로만 확인되던 계약수매제도가 실제로 시행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B 씨 또한 계약수매에 의한 공급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기업소들은 농장과 직접 거래를 통해(계약수매) 계획분의 식량을 받아가는데, 양정국이 지정한 수량만큼만 가져갈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되고 농장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면서 B 씨는 농장이 기업소에 직접 식량을 전달하는 구조가 도중 유실이 적고 직접 노동자들에게 공급되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나 기업이 농장으로부터 받아가는 식량의 수매가격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개인 소토지보다는 못하지만... 과거보다는 낫다" 평가도

농민들은 여전히 소토지(개인 뙈기 밭) 경작 금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성과에 따라 차등 분배가 이루어지는 현재의 방식이 과거 협동농장 때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B 씨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농장원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개인 소토지 허가가 답인데, 그게 안 된다. 과거 농사방법보다는 지금이 좋다고 하는데 농장원들의 뼈를 갉아 일하지 않으면 얻을 게 없는 구조다. (현 제도가 자리잡으면서) 내 분조 땅에 하나라도 더 비료를 쳐야 한다는 의식도 생겨나고 있다."
조사 농장에 한정된 것이지만, 올 가을 북한 농장분배 상황이 보여주는 김정은 정권의 농업개편정책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농장원들의 평균 분배량이 늘었다는 소식도 고무적이지만, 인센티브가 작동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앞으로 정책의 지속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서 농민과 국가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싹트고 있다는 협조자들의 보고도 있다. 대체 어떤 갈등인지,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다음회에서 살펴본다. (계속)
※ 사진은 모두 2025년 9월, 아시아프레스 국경취재팀이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한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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