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입에 문 채 차량을 청소하고 있는 북한 주민. 2025년 9월 양강도 혜산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당국이 '개인 차량 소유'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후, 국경을 넘어 들어온 중국산 차량으로 여객이나 물류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돈벌이 기회가 창출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계층 간 갈등이 커지는 등 우려가 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아시아프레스는 2025년 10월과 11월,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내부 취재협력자들의 보고를 통해 개인 차량 소유로 인한 북한 사회의 변화와 갈등을 추적했다. (전성준 / 강지원)

◆밀수 과잉으로 차 팔리지 않아 공동 구매와 '할부’까지 등장

개인 차량 소유 허용으로 인해 북한에 유입된 차량의 대수는 늘어났지만, 한편에서는 차량에 대한 욕망에 지불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포착된다.

양강도 취재협력자 A 씨는 11월 중순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개인 차량 허가하면서 눈치 빠른 사람들이 차를 마구 들여왔는데 정작 가져갈 사람이 없다. 6개월 넘게 팔리지 않아 타이어가 상할까 봐 돌로 받쳐 놓은 차들도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과잉공급에 대응해 새로운 구매 및 지불 방식이 등장했다.

첫째, '공동구매'다. A 씨는 “개인들이 돈을 모아 3~5명이 차 한 대를 사서 서로 필요할 때 나눠 쓰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차량의 대금을 할부로 갚는 방식도 등장했다고 A 씨는 말했다.

“차량 대금을 한 번에 주는 게 아니고 1년 동안 나눠서 갚아도 되고, 수산물이나 배를 통해 번 수익금으로 갚는 조건으로 차를 넘겨주기도 한다”

차량을 갖고 싶은 욕망이 판매와 지불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공터에 물류 운송을 위한 컨테이너 트럭과 여객을 위한 소형 버스 밀수차량이 서 있다. 2025년 9월 양강도 혜산시를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지역과 계층에 따른 수요의 차이

차량의 소유 및 활용 방식은 지역과 계층에 따라 뚜렷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 지역에서는 ‘실용성’이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

양강도의 취재협력자 B 씨는 11월 초 “비포장도로가 많은 지형 특성상 전기차는 발전기 고장이 잦아 기피한다. 힘이 좋은 디젤(경유)차와 수동 변속기 차량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9월, 북한에 주차된 자동차들을 촬영한 사진에는 다수의 고급승용차와 전기차가 등장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혜산을 비롯한 국경지역에서는 실용성 우선의 싸고 튼튼한 운송용 차량들이, 평양이나 함흥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개인의 지위와 부를 과시할 목적으로 비싼 고급 승용차 수요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평양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SNS에 올린 영상에서 노란색 번호판을 단 고급 승용차가 평양시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소개된다.

차량이 늘어나면서 운전면허 취득 비용도 폭등했다.

B 씨는 10월 보고에서 “3개월의 속성교육을 통해 면허를 받을 수 있는데, 차량 운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기존 300~500위안이던 면허 취득 비용(뇌물 포함)이 1,200위안까지 올랐고 시험도 엄격해졌다”고 전했다.
※ 100 중국위안은 한화 약 2만 원.